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
조주희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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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일본을 벗어나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키 작가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그의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전에《하루키의 언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도 궁금했다. 더군다나 저자는 무라키미 하루키 1호 박사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인의 관점에서 하루키 작가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구했는지 궁금했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하루키 작가의 작품과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무조건 읽어야 한다. 강요는 아니지만, 읽으면 좋다는 의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뒤편에 대표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한 부분도 하루키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복습하고 요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뒤편도 좋지만, 앞 편에 작가의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베일에 감춰져있는 개인적인 사생활, 즉 가족, 고향, 학창시절, 인간관계 등에 대한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그가 두 살이나 세 살 쯤, 집 앞에 강에 빠져서 죽을 뻔 했던 점, 아버지가 일본군으로 중국 전선에 파병을 간 점, 할아버지가 교토의 안요지라는 유명한 절의 승려였다는 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하루키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도 인상적이다. 지금과 거의 똑같이 닮았는데, 무척 귀여운 얼굴이다. 


 먼저 그의 가족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사실 그의 아버지와 하루키 작가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똑똑한 수재로 교토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강제 징집되었고 중국에 파병 갔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중국인 포로 처형 장면을 보고, 평생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이들을 위해서 매일 아침 불단을 향해 기도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이러한 경험담이 하루키 작가의 작품,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 묘사되었다.


 “아버지의 중국 경험담이 배경이 된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는 그의 작품《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 등장하는 포로와 스파이의 처형 장면이 있다.” - p38 


 그보다 더 앞서 그의 소설에 영향을 준 이야기도 있다. 그가 어릴 적에 강에 빠져서 죽음을 경험했을 때, 그 ‘어둠’이 그의 최초의 기억이면서, 불쾌한 기억이었다고 한다. 고작 두 살, 세 살에 경험한 것을 기억할 정도라면 그때의 충격이 평생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마치 아버지가 전쟁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던 것처럼.


 그뿐만 아니라 하루키 작가의 친구도, 여섯 살의 나이에 해안에서 익사했다. 이러한 사건은 그의 단편《5월의 해안선》이라는 작품에 반영되었다. 


 그의 작품 중 고양이, 양이 유독 많이 나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그의 어릴 적 시절과 연관이 있다. 그는 당시 흔하지 않게 ‘외동’이었다. 한참 베이붐 세대들이 즐비할 때, 그의 부모는 하루키 한 명만 갖고, 더 이상 자식을 갖지 않았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루키 작가는 다소 유별난(지금 아니지만)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하루키 작가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양’을 키웠다. 그의 학교가 분교가 되어서 분교식이 있었을 때도 양 두 마리가 같이 식에 참가했다고 했다. 아마 이러한 기억이 그에게 각인된 것 같다. 또한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기르면서, 그에게 고양이는 아주 친숙한 가족과 같다. 지금도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 말이다. 

 그의 초기 4부작에 ‘쥐’라는 친구가 등장하는 것도 왠지 고양이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선생님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하루키 작가의 글쓰기 실력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책도 외상으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집은 아주 평범한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셔서 나는 근처 책방에서 외상으로 책을 살 수 있었다.” - p28


 아버지와 코드가 비슷했지만, 그는 아버지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않았다.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좀 더 스스로에 대한 자아성찰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수 후 와세대 영화연극과에 진학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뛰어난 머리, 그리고 엄청난 독서력과 외국어 실력 덕분인 것 같다. 


 하지만 부자지간에 거리는 점차 멀어져서, 거의 연락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루키 작가는 아버지의 행적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아버지가 중국인 학살에 가담한 부대가 아니란 점을 알게 되어서 안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중국인 병사의 처형을 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하루키 작가가 ‘시스템’을 싫어하게 된 배경도 학창시절부터다. 그가 중학생일 때,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다. 오죽하면 한신 대지진이 발생할 때, 학교에 대한 걱정보다 먼저 그가 선생님한테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내 머리에 우선 떠오른 것은 지진 희생자에 동정 어린 생각보다는 ‘아, 나는 여기에서 선생님한테 꽤나 맞았지’하는 숨 막히는 쓰라린 기억이었다. 물론 지진 희생자분들의 일은 마음속으로 안됐다고 생각한다.” - p41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공부보다는 스스로 자아를 찾기 위한 방황을 많이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결혼을 하고, 재즈 카페도 차렸다. 힘겹게 생계활동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29살에《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통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본 문단의 비평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작가가 작품 활동에 집중하도록 도와주기는커녕,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억지로 해야 하는 현실에 반감을 가졌다. 


 “편집자는 출판사 대표로 오는 건데 친구 같은 얼굴을 하고 온다. 부탁받은 걸 거절하면 그들은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하고는 기분 상해한다. 건방지고 둔감한 놈이라고 여겨져서 일본에서는 살기 어려워진다.” - p11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어릴 적부터 시스템에 대한 반항심이 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아내와 함께 일본을 떠났다. 물론 그전에 다른 작품들이 성공하면서 어느 정도 여비를 마련했지만, 개인적으로 저금한 돈도 써야했다.


 로마와 그리스의 섬에서 온갖 고생을 했지만,《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대작을 탄생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을 그의 아내, 요코가 지었다는 점이다(편집자의 이름도 요코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1965년에 발표한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심지어 그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원래 이 책의 첫 제목은 ‘빗속의 정원’이었다. 


 이후 그의 행적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사상적 배경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더듬어볼 수 있었다.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반영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한 줄 요약 : 하루키 작가의 인생,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인생관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쉽지는 않다. 우리는 저마다 시스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편하고 익숙한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인간답게 살아야할지 고민해야겠다. 이러한 고독한 존재인 ‘약자’를 다루기 때문에 하루키의 작품이 오랫동안 각광을 받는 것 같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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