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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오판 - 왜 리더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까,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유효상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2월
평점 :
요새만큼 리더십에 대한 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적이 없었던 같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정의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의 잘못된 리더십을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그만큼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신데렐라처럼 등장하고, 또 어떤 기업은 재빨리 자취를 감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중심에 바로 ‘리더’가 있다. 소수의 리더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점차 ‘집단지성’의 힘이 중요해지면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기업도, 국가도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 5p
이 책에서 저자는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은 이상적인 인간의 경제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행동과 결과를 연구한 학문이다. 사실 우리는 많은 리더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특히 ‘인지편향’에 빠져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어떤 선입견을 갖고 오판을 한다는 의미다.
“자기인식이 부족한 리더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인지 편향에 빠지고 의사소통을 할 때 경청을 못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6p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언급했다. 나도 이 기업의 사기행각을 다룬 《BAD BLOOD》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금발의 아름답고 젊은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저명한 사람들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이 회사는 단지 피 한 방울로 무려 25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엄청난 기술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다. 그 기간이 무려 14년간 이었다. 이는 ‘후광효과’ 가 큰 역할을 했다.
금발의 여인(실제로는 갈색), 스탠포드, 19살에 창업, 그리고 그녀를 지지한 수많은 유명인사들. 이 중에는 미국의 정치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그녀의 은사 채닝 로버트슨,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등 아주 다양하고 화려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후광효과’를 믿고 투자했고, 이 회사는 2014년에 기업가치가 무려 90억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결국 12년 동안의 사기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폭로되었고, 회사의 가치는 ‘제로’가 되었다. 피해 금액만 10억 달러를 넘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리더의 오판 중 3번째에 해당하는 “우리는 딱 보고 인재인지 안다”는 항목이다. 사람들은 ‘프레임’에 종종 빠진다. 엘리자베스 홈즈가 스탠포드 학생이라는 것 때문에 신뢰를 했고, 그녀가 백인의 금발이라는 점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한 마디로 그녀의 진정한 능력보다는 상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보니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일반이 아닌 성공한 리더들이 말이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서 리더로서 뛰어난 성과를 이뤘기 때문에 오래 연륜에 따른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었다. 과거의 성공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지편향’에 빠진 것이다.
그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리더들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엘리자베스 홈즈였다. 그녀는 회사를 폐쇄적인 문화로 만들고, 그 누구의 의견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쓴 소리를 하는 직원은 해고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살았다. 아마 자신을 ‘스티브 잡스’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잡스처럼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다녔으니 말이다.
CEO의 후광효과는 기업의 주가를 들썩거리게 한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Space X의 천재 CEO 일론 머스크다. 사람들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주목한다. 더군다나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 소통하기를 즐긴다. 일론 머스크의 뛰어난 리더십을 믿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도 많지만 반면 그가 실수를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면, 기업의 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투자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광효과는 ‘CEO 리스크’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후광 효과가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애플을 보면,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고,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 잡스의 사후에도 많은 이들이 애플의 위기를 거론했지만, 팀 쿡의 뛰어난 경영으로 여전히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리더는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의 자기인식이란 무엇일까? 바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 p7
또한 저자는 ‘직관’이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훈련된 직관’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세상은 충분히 복잡해졌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리더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여러 가지 심리 용어로 흥미롭다.
- 한 줄 감상평: 리더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맹신하면 안 되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생각과 실행 :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 통계적인 데이터를 분석할 줄 알고, 결정을 할 때 잠시 여유를 둬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