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자서전 My Life in Red and White
아르센 벵거 지음, 이성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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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명의 시골 소년이 있다. 그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자동차 부품 가게를,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했다. 그 식당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였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어른들이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축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식당은 그에게 ‘인생의 학교’와 같았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함께 일하고 사랑했던 선수들과 감독들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며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 그 식당 안에서 봤던 마을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p49

  

 그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축구에 흥미를 갖는 것을 보고 형제가 뛸 수 있는 유소년 팀을 만들었다. 마침내 형제는 축구 선수가 되었고, 그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바로 세계적인 축구 명감독인 아르센 벵거다.


 그는 축구에 완전히 미쳤다. 오직 축구를 위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35년 동안, 나는 열정에 사로잡힌 스포츠 인으로 살았다.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지 않았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놓치며 살았다. 반대로 그 기간 동안 나는 단 하나의 경기와 대회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엄격하게 정해진 삶을 살았다.” - p37


 그는 일찍이 선수 시절부터 유소년 팀을 맡아서 지도했을 정도로 지도자의 길을 빨리 걷기 시작했다. 이후 모나코 감독으로 첫 리그 우승(1987~1988년)을 했고,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래펌스의 감독이 되어서 팀을 천황배(1995년)와 슈퍼컵(1996년) 우승을 차지하게 만들었다. 1996년,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아스널의 감독이 됐다. 이후 3차례의 리그 우승과 7차례의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한 축구 감독의 경력을 자랑한 그였지만, 그도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는 무명의 축구 선수였고, 그가 초기에 맡은 팀도 일류가 아니었다. 시합에서 패배당한 적도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에 패배를 당한 후 혼자서 3주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면서, 패배의 원인을 곱씹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연습도 했다. 그 때 그는 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그가 말한 인생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이란 수많은 역경과 내면의 두려움 같은 온갖 감정들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 p65 


 그가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역경과 두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누군가는 이를 극복하고, 또 누군가는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전자에 해당했다. 그도 힘든 시절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들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의 순수함도 잊지 않고 상기시키려고 했다. 


 아르센 벵거이 위대한 감독이 된 것은 그의 팀이 거둔 뛰어난 성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리더십에 있다. 

 첫째,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했다. 다른 클럽에 시도하지 않은 여러 가지를 테스트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늘 안락한 현실보다는 모험에 나서기를 원했다. 새로운 축구와 새로운 선수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코칭 방법을 계속 발견하면 멈춤 없이 발전하고 싶었다.” - p75


 둘째, 누구보다 축구 인생 자체에 충실한 삶을 살고 거기에 철저히 몰입했다. 본인이 축구에 온 열정을 받쳤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만큼의 열정을 불태우도록 격려했다. 셋째, 그는 ‘신의’를 지켰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오직 한 팀에서만 무려 22년간의 감독 생활을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수들을 존중했고, 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수 중심’의 사고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그를 믿고 따랐다. 


 그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수많은 축구 명문 클럽, 심지어 그가 동경하던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두 번이나 영입제안이 왔지만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거절했다. 명성보다는 자신과 팬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아스널’은 삶의 한 부분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에게는 아스널에서 해야 할 사명이 있었고, 지켜야 할 계획이 있었으며, 내가 직접 한 약속이 있었다.” - p54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성을 위해서 자신과 상대방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기도 하는데, 그는 고지식할 정도로 약속에 충실했다. 그랬기 때문에 다른 감독과는 다른 길을 걷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은 것 같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2018년 아스널을 떠난 후 현재는 FIFA에서 글로벌 축구 개발부장으로 축구계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사실 그의 경력을 고려해 볼 때, 그를 원하는 클럽은 전 세계에서 수두룩하다. 하지만 잠시 쉼표를 찍고, 자신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고 축구계의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나 재밌을 것 같은 경기를 일부러 보지 않고 딸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 p36 

 

 이제 그는 축구 행정가로 살면서 다른 관점에서 축구를 바라볼 것이다. 매 경기 승리에 굶주릴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도 이전보다 덜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필드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는 축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모르는 태도, 과감하게 시도할 줄 아는 정신력, 끈기와 강인함, 그리고 약간의 광기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축구 선수, 축구 감독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업가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다. 


 그가 평생 몸을 담은 축구팀의 유니폼은 모두 빨간색과 흰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영어 제목이 《My life in Red and White》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축구에 대한 그의 열정, 그리고 이를 통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그를 통해서 수많은 축구 선수와 감독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축구는 90분간 벌어지는 인생 드라마와 같다. 기쁨과 환희가 있다면, 슬픔과 좌절도 있다. 중요한 것은 패배, 즉 실패를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워크, 그리고 감독의 지도력이 중요한 것이 축구다.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진정한 리더에게는 희생정신, 열정, 자신감뿐만 아니라, 공감과 배려심도 필요하다. 그것이 성공하는 팀과 아닌 팀의 큰 차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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