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식당으로 오세요 - 식당의 한계를 넘어선 작은 정식집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경영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해란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책의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저자는 이를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고생문이 열리겠군요.” 


본인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를 응원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 책의 집필 동기다. 


제목이 흥미롭다. 

미래식당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로봇이 서빙을 하는 그런 곳일까? 


제목부터 독자의 시선을 잡는 이 책의 저자는 공대 이학부 수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다.

IBM, 쿡패드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퇴사 후 도쿄 진보초에 카운터석 12개짜리 ‘미래식당’을 열었다. 


책의 목차에서 ‘상식을 해체한다.’, ‘문제와 공포를 혼동하지 않는다.’, ‘학습: 기존 지식을 철저히 배운다’, ‘PDCA를 최고 속도로 돌린다’, ‘비방과 비평에 노출된다’ 등이 눈에 띄고 인상적이다. 


이 곳의 시스템은 단순하다. 메뉴가 매일 바뀌는 정식 하나로 3초 만에 식사를 제공한다.

어느 방송에서는 6초라고 소개했는데, 어쨌든 10초 내로 음식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음식이 빨리 나오면 좋은 점은 회전율이 빠르다는 것인데, 점심시간에 평균 4.5회전, 최고 7회전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식당의 주인이 혼자이기 때문에, 한 끼 알바를 도입했다. 

즉, 50분간 주인을 도와주면 한 끼가 무료라고 한다. 이제까지 약 450명이 도와줬다고 한다. 저자는 이미 공유 경제의 원리를 터득한 것 같다. 또한 저자 자신이 일을 배우고 싶었을 때, 단 시간에 배울 수 없다는 아쉬운 점에서도 시작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 끼 알바생이 식사를 안 하면 무료 식권을 식당 입구 옆에 붙혀둔다.

누군가 곤란한 사람이 한 끼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월말 결산과 사업 계획서를 블로그에 공개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 저자는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 오픈 소스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요식 업계에서도 ‘지식을 은폐하여 승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여 업계 전체를 개선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 p22


이 식당인 주인인 고바야시 세카이씨의 경영 철학은 ‘누구든지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단순히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 식당을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저자의 ‘돈에 대한 철학’이 마음에 든다. 


“돈을 버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많이 벌어서 많이 돌려주면 된다.” - p40


돈에 대한 선순환을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절로 간다. 

그녀는 월 1회, 하루 매상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가게의 한 달 매출이 천만 원이 넘기 때문에, 하루 매출의 절반은 15만 원 이상이고, 연간이면 200만원 이니 적은 돈이 아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고객관도 마음에 든다. 

‘그러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 자신인지 손님인지 명확히 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그녀가 가게 문을 닫는 경우 손님이 와도 ‘가게 문 닫았어요’가 아니고, 반찬이 이거 밖에 없는데도 드시겠냐고 물으면 손님은 기뻐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식당을 혼자 경영하는 것 외에 (한 끼 알바도 있지만) 책도 쓰고, 인터뷰도 하고, 시장 조사를 위해서 휴일에는 여러 가게를 방문한다. 하루 네 끼를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섯 살 아이가 있고, 임신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시간을 쓰는가? 

(나랑 비슷하다)


비결은 아주 단순하다. 다른 곳에는 신경은 안 쓴다.

저자는 집 주소의 번지도 기억 못하고, 자신이 태어난 해도 헷갈려한다. 

오직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쓴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야구팬인 나도, 작년 1월부터 글을 쓰면서, 한국 시리즈 우승팀이 어디인지 몰랐고, 네이버 뉴스를 안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다. 


오로지 회사일, 집필, 독서만이 전부였다. 

인간관계도 소원해지고, 책과 관련된 분들만 만나서 주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회식도 저녁에는 웬만해서 안하고, 점심으로 대체했다.


저자는 식당의 레시피도 공개하고, 식당을 열기 전 1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그녀의 노력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저자는 악성 댓글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컨설팅 받은 2대6대2의 법칙이 인상적이다.


“당신을 놓아하는 사람이 2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6, 싫어하는 사람은 2의 비율로 반드시 존재합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 p163


유명해지거나 공인이 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점도 공감이 간다. 

비방의 댓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미래 식당’은 로봇이 주문을 받거나 서빙을 하는 곳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다르게 바라본 데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상식을 해체한다’고 말한 바와 같이 “왜 음식점에는 메뉴가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저자는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고객의 Core Value(진짜 원하는 것)를 찾아서,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시작했다. 


즉 메뉴가 없으면 손님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요리는 아니다. 냉장고에 남은 반찬들을 알려주면, 이 중에서 손님이 반찬 2개를 고르면, 이를 섞어서 요리해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저녁 메뉴 때만 가능하다. 


사실 우리는 천편일률적인 생각에 갇혀있지 않은가? 

새로운 사업을 너무 거창하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이미 있는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실제로 이 가게의 웹사이트 (http://miraishokuoc.om)에 방문해 보니, 가게가 참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메뉴에 대한 소개가 있고, 장소도 대여해준다. 


언젠가 일본에 가면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가게다. 


사업을 하려는 분, 아니면 1인 기업을 꿈꾸는 분들이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