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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습관 - 예술과 실용 사이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4
김선동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1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술가의 루틴이 궁금하다면
<건축가의 습관>을 읽고
'공간(空間)'은 없으면서도 있는 곳이다. 텅 빈 자리를 언제든 사물이나 사건에게 내주기 때문이다. 그때 공간은 눈에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집이나 건물 따위를 실제로 보고 만지고 생활하게끔 공간에 구현해내는 일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부른다. <건축가의 습관>의 저자 김선동 건축가는 책을 열며 독자에게 묻는다. "건축가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갖고 있나요?" 그동안 수많은 직업 중 하나로만 여겨 왔다가 몇 해 전 우연히 두 건축가의 저서 - 승효상 건축가의 『빈자의 미학』과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 - 를 통해 건축물과 건축가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건축이 미학과 공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회문화적 기능까지 고려하는 다차원적인 영역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책의 부제를 '예술과 실용 사이'로 정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입니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정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제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30쪽)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보자마자 "빈자의 미학 자체가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 지어 올린 마음의 건축이 아닌가."라는 승효상 건축가의 말이 떠올랐다. '삼단' 즉, 단순, 단단, 단아에서 마지막 단아의 경지는 훗날 연륜과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구현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역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건축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일본의 요시오 다니구치와 그들의 작품, 종묘나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같은 실제 건축물나 오브제, 김정희 추사체를 자주 살펴보면서 건축 철학에 대해 계속 고민중이라고 한다. 좋은 생각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없기에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토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68쪽)
'글쓰는 건축가'를 지향하는 저자답게 책에는 건축, 글과 더불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스케치'와 '글쓰기'로 건축가의 사고와 표현력을 담금질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건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와 '공부'를 하고,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와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고, '신뢰', '경청', '겸손'을 바탕으로 건축주와 시공사 관계자 등 '사람'을 대하고, 여러 업무에서 '순서'를 정해 사업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자신과 회사를 알리는 '홍보'까지 빼놓지 않는다. 단기간에 이러한 '루틴'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쉬이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저자와 겹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없어서가 아닐까.
현실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자랑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건축물을 구현하려는 실무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협업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율과 협의는 어떤 측면에서는 건축설계의 정수라 부를 수 있습니다.(150쪽)
글쓰는 건축가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그는 예술가이자 실무자로서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이루는 일상을 가꾸기 위해 오늘도 집을 짓고 또 글을 짓고 있을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 건축 철학을 완성하는 건축가의 습관을 단순히 건축이라는 '일'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떠한 일이든, 이를테면 독서나 글쓰기, 실제 업무 등 저마다 다양한 시공간에서 '일'을 짓는 데 두루 참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궁금하거나, 내 일을 어제와 오늘보다 더 잘해내고 싶은 독자는 <건축가의 습관>을 일독하길 바란다.
매일매일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건축 역시 매일이라는 시간이 쌓여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완성됩니다. (···)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벽돌을 쌓으며 집을 만들 듯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인생을 완성해가는 삶,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가의 삶입니다. 여러분 인생도 훌륭한 건축을 하듯 잘 쌓아가셨으면 합니다.(192~193쪽)
좋은습관연구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감사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