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30만 부 기념 Take your marks 에디션)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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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ㅇㅇ 왜 하는 거야?

<5번 레인>을 읽고





  "테이크 유어 마크(Take your marks, 수영경기에서 출발 전 '차렷'을 알리는 신호)"라는 구령이 울리고 잠시 뒤 아이가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내와 나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대회 규정상 두 종목에 출전한 아이가 받아든 성적표에는 자유형 5위, 평영 DQ(실격)라는 최종 결과가 쓰여져 있었다. 지난여름, 아이가 동네 수영클럽 친구들과 지역 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가(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자 노력)했다. 관람석에 앉아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 이것이 과연 여름날임에도 시합 때문에 냉방을 가동하지 않아서인지, 비등록 선수들끼리의 시합이지만 등록 선수들 못지않은 분위기 탓인지 모를 정도로 실내 수영장은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수영을 배운 지 이 년 남짓한 아이가 힘껏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괜스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던 건 비밀로 해두자. 나 역시 허리디스크 때문에 날마다 누구와 겨루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내 허리에 예방주사를 놓는 심정으로 '생활' 수영을 한 지도 십 년 가까이 되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면 스포츠 중계로만 접했던 경기를 아이 덕분에 실제로 보고 나니 수영인이 레인을 돌아 터치하듯이 자연스레 내 손도 <5번 레인>에 가닿았다.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아이들의 일상과 성장을 그린 소설로서 어린이와 어른 모든 독자에게 수영과 삶의 연관성, 나아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제목으로 쓰인 '5번 레인'은 수영 경기에서 선수들이 4번 레인 다음으로 배정되길 바라는 곳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기도 한 수영장에서 4번 레인은 일인자를, 5번 레인은 이인자를 위한 자리로 비유된다. 이러한 사실을 수영부 아이들 또한 모르지 않는다. 더불어 물 밖보다 물속에서 숨이 더 잘 쉬어질 때가 있고, 눈물을 감추는 데에 물속보다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너는 수영 왜 하는 거야?"라는 물음 앞에서 수영부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기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는 재밌어서라고 답하고, 또 누군가는 뭐라고 답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도 한다. 당장이라도 스타트대 위에 서 있는 아이들의 등 뒤에서 다음 질문이 답변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 “만약에 이기지 못하거나 재미가 없어지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소설 속에서 수영부 선배이자 후배들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살며 수영장의 환한 불빛과 같은 '환희', 코를 찌르는 수영장 물속의 염소 같은 '좌절'을 겪어낸 인물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봐도 괜찮으리라.


"날개가 없어도 아주 잠깐 하늘을 날 수 있어. 나는 물속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야. 왜냐면 누가 밀쳐서 빠지는 게 아니거든. 내가 뛴 거지. 뛰면서 계속 생각해. 최고로 아름다운 비행을 해야지."(184쪽)


  그의 말처럼 뛸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그 선택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여 몸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문득 대회가 끝나고 며칠 동안 섭섭함이 잔뜩 묻어난 표정으로 평영에서 왜 실격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던 아이가 떠오른다. 그땐 그저 실격된 게 억울해서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아이는 두어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시간과 노력이 말 그대로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같아 너무 아쉬워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수영을 시작한 날부터 대회에 참가한 일까지 모두가 아이의 선택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생각도 한 뼘 더 자랐다는 사실과 함께. 여러 주자가 이어 헤엄치는 계영과 같이 아이도 머지않아 <5번 레인>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때 책을 읽고 나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한 팔 더 뻗고 한 발 더 차서 '수영'이라는 자리에 자신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그 '무엇'으로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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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습관 - 예술과 실용 사이 좋은 습관 시리즈 24
김선동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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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술가의 루틴이 궁금하다면

<건축가의 습관>을 읽고

 

 

  '공간(空間)'은 없으면서도 있는 곳이다. 텅 빈 자리를 언제든 사물이나 사건에게 내주기 때문이다. 그때 공간은 눈에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집이나 건물 따위를 실제로 보고 만지고 생활하게끔 공간에 구현해내는 일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부른다. <건축가의 습관>의 저자 김선동 건축가는 책을 열며 독자에게 묻는다. "건축가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갖고 있나요?" 그동안 수많은 직업 중 하나로만 여겨 왔다가 몇 해 전 우연히 두 건축가의 저서 - 승효상 건축가의 『빈자의 미학』과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 - 를 통해 건축물과 건축가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건축이 미학과 공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회문화적 기능까지 고려하는 다차원적인 영역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책의 부제를 '예술과 실용 사이'로 정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입니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정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제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30쪽)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보자마자 "빈자의 미학 자체가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 지어 올린 마음의 건축이 아닌가."라는 승효상 건축가의 말이 떠올랐다. '삼단' 즉, 단순, 단단, 단아에서 마지막 단아의 경지는 훗날 연륜과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구현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역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건축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일본의 요시오 다니구치와 그들의 작품, 종묘나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같은 실제 건축물나 오브제김정희 추사체를 자주 살펴보면서 건축 철학에 대해 계속 고민중이라고 한다. 좋은 생각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없기에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토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68쪽)

 

  '글쓰는 건축가'를 지향하는 저자답게 책에는 건축, 글과 더불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스케치'와 '글쓰기'로 건축가의 사고와 표현력을 담금질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건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와 '공부'를 하고,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와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고, '신뢰''경청''겸손'을 바탕으로 건축주와 시공사 관계자 등 '사람'을 대하고, 여러 업무에서 '순서'를 정해 사업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자신과 회사를 알리는 '홍보'까지 빼놓지 않는다. 단기간에 이러한 '루틴'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쉬이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저자와 겹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없어서가 아닐까.

 

  현실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자랑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건축물을 구현하려는 실무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협업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율과 협의는 어떤 측면에서는 건축설계의 정수라 부를 수 있습니다.(150쪽)

 

  글쓰는 건축가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그는 예술가이자 실무자로서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이루는 일상을 가꾸기 위해 오늘도 집을 짓고 또 글을 짓고 있을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 건축 철학을 완성하는 건축가의 습관을 단순히 건축이라는 '일'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떠한 일이든, 이를테면 독서나 글쓰기, 실제 업무 등 저마다 다양한 시공간에서 '일'을 짓는 데 두루 참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궁금하거나, 내 일을 어제와 오늘보다 더 잘해내고 싶은 독자는 <건축가의 습관>을 일독하길 바란다.

 

  매일매일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건축 역시 매일이라는 시간이 쌓여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완성됩니다. (···)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벽돌을 쌓으며 집을 만들 듯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인생을 완성해가는 삶,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가의 삶입니다. 여러분 인생도 훌륭한 건축을 하듯 잘 쌓아가셨으면 합니다.(192~193쪽)

 

 

좋은습관연구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감사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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