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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상상해본다.
안경을 쓰고,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커피숍에 들어간다.
주문을 하고 구석 자리에 편안하고 익숙하게 앉는다.
가방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는 흡사 잠복 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의 눈빛으로 날카롭게 뭔가를 찾는다.
커피숍에서 아침부터 그가 찾는건 무엇일까?
다음순간 그의 눈이 번뜩이고, 손놀림이 남다르게 빨라진다.
글씨를 쓰는것치고는 뭔가 어색하다. 그렇다. 그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재수님이 아닐까?^^
이 책은 만화가 재수님이 2년동안 스케치한 작품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제목은 연습장이라고 했지만 그냥 '작품집'이 어울릴법하다.
연인, 가족, 타인,고양이, 강아지...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의 작품 속에 있다.
때론 울고, 웃고, 장난치는 모습...때론 커피숍에서 잠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진 모습들까지...그는 참 섬세하게 그들을 관찰했다.
그가 밝혔듯이 하고자하는 일이 술술 풀리지 않았을때 그가 자주갔던 커피숍에서 관찰한 모습들일것이다. 연인들의 애틋함을 이렇게 스케치로 구경하니, 그들의 풋풋함이 생생하게 재생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그의 스케치는 간결하지만 생기 넘친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가지는 특징이라면 어떤 관계 속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 표정을 많이 다루고 있는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지향하는 개인적인 꿈이나 가치관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쨌든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목과 그림의 조합에 빵 터지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 오는 대목도 만나게 된다. 결국 간결하지만 강렬한 스케치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기에 가능하리라.
그의 스케치 중에서도 유난히 왼손으로 그린 그림들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것이 커피숍에서 오른손으로 열심히 스케치 해온 것들을 다시 왼손으로 작업했다고 하니...입이 쩍 벌어지고도 남는다. 그런데 참 신기한 사실은 왼손으로 그린 작품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왼손으로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형체와 선, 면들을 다시 스스로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이 아닐까?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다보면 작가 나름의 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기는가보다.
<재수의 연습장>은 힐링북으로 분류해도 좋겠다.
마음이 우울할때 보다보면 혼자 키득키득 웃을수 있고, 사랑 싸움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보면 어느새 감정들이 정리되는 순간을 맞게 되고, 꽉 막혔던 시선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대한, 혹은 타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다.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이건 이 책으로 힐링할수 있을것 같다.
재수님이 앞으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다음 책도 출간하셨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