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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새로운 상상, 한옥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평점 :
'디자인'이라는 영역은 관련 분야 종사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그저 어렵고, 고상한 창조 행위로 보이곤 합니다. 또한 인간의 편의를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그런 이유로 자연을 거스르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건축 디자인만 하더라도 뭔가 거창한 인공 건축물을 지음으로써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지만, 정작 자연과의 조화라는 측면은 크게 무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구상에 인간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자연위에 인간이 콘크리트 건축물을 지어 올린다는 행위 자체가 자연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해지는 대목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차피 인간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집을 짓는다면 서양의 비자연적인 느낌의 건축물보다야 우리네 한옥처럼 자연 친화적인 집이 좋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한옥만 자연친화적인 집은 아닐테지요.
저는 한옥에 관해 그다지 깊은 통찰을 해본적이 없어서 이 책의 내용이 참 궁금했습니다. '디자인의 새로운 상상'이라는 이름의 한옥...제목만 들어도 왠지 상상력이 자극되는 느낌이 들었죠.
저자는 한옥의 장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디자인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글을 시작합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을 우선 밝히는데요, 동물들이 자신의 기능을 몸에 탑재하거나 그 자체로 진화되어 기능을 몸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면, 인간은 도구를 활용하여 몸 밖에서 기능성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본능과 이성의 차이입니다. 물론 인간이 이성의 측면을 발달시켜 다른 동물들보다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닐것입니다. 자연속에서도 디자인의 개념은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고, 다지안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가를 밝히는데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수도 있다는 취지겠지요.
이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옥의 공간구성원리로 보는 토탈디자인'파트에서 저자는 영성과 자연, 사회, 상대, 정서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종교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성이란 개념은 낯설지 않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왜 한옥을 이야기하며 영성을 거론하느냐 의아해할것 같습니다. 한옥이란 하나의 토탈 디자인입니다.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한옥이 가지는 의미는 아주 다른 것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옥에 깃든 정신적인 에너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넓은 마당이 있고, 한쪽에는 장독대가 있고, 탁 트인 마루와 문들...우리는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뿐 아니라, 우주만물을 떠올릴수 있을것입니다.
한옥의 우수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서술하는 색다른 시각은 참 신선합니다.늘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왔다면, 이 책 덕분에 시각의 확장이 즐거움을 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