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은 시인의 약력을 소개하는 란에, 그의 출생년도와 학력, 출간한 책제목이 적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희연 시인님의 약력에는 귀한 글귀가 적혀있다.

 

'나는 시가 있는 장소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시를 발견할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 내 여행을 이루는 비밀이다.'
이 글귀를 보면서 나는 진정 시를 사랑하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하는 의지를 엿보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시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지 않고, 떠나지 않고서도 시를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나는 늘 믿어왔다. 안희연 시인님이야말로 내가 기대한 시인의 모습이라 반갑고, 또 반가웠다.

 

이 책은 파트가 나누어져있고, 각 파트에 있는 글들 중 하나가 제목이 되었다. 빵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 파트 1의 제목만 보고도 나는 설레였다. 빵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 되면 누구나 고소한 빵 냄새를 기대하게 된다. 그 기대감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엇비슷해 보인다. 여행도 마찬가지, 빵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기대하는 설레임으로 훌쩍 떠난다면 분명 기대이상의 경험과 추억이 될것이다.

  

'우울한 명랑의 기록' 무심히 읽은 글귀가 자꾸 나를 잡아당긴다. 우울한데 명랑할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20대도 꼭 그런 느낌이었던것 같다. 한없이 재미있어서 깔깔거리며 웃는 일상이었는데, 문득 멈춰서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느낌 말이다. 그것은 20대의 치열한 방황이라고 해도 좋고, 그저 여물어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글귀 하나로 인해, 나는 내 추억을 열정적으로 더듬고 있었다. 그래, 돌아보면 우울한 명랑의 시절이 있었구나. 혼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시인님이 직접 사진까지 찍어서 그런지 사진들이 편안하고 한편으로는 생생하다. 뭔가 꾸미지 않아서 인위적인 느낌이 없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사진들 말이다.

 


글 또한 편안하게 읽으면서 문득 문득 생각에 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시인의 필력에 흠뻑 취할수 있었고, 나의 '우울한 명랑'의 시절을 떠올리는 경험도 좋았다. 좋은 글은 늘 공감과 힐링 두가지를 충족시킨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감사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 시인님의 다음 책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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