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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을 읽는 시간 -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는 부모들에게 용기를 주는 엄마와 딸 이야기
김연교 지음 / 양철북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속된 말로 약발이 떨어질때쯤 한번씩 육아서적을 일곤 한다. 그래야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가다듬어지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육아를 하다보면 어느새 나는 내 방식만을 고수하게 된다.아이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그저 엄마인 '나'만 있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육아서적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면 그때서야 슬그머니 '아이'중심의 육아를 시도하곤 한다. 물론 이런 오락가락하는 육아가 아이에게 더 나쁘지 않냐라고 반문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라도 자각하는 시간을 통해 매번 조금씩 나은 엄마가 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일종의 자기위안인셈이다.
하여튼 앞서 육아서적을 읽은지 오래되었기에 읽기 시작한 책인 이 책은 여느 육아서적과는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요즘 육아서적들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엄마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옛날방식처럼 엄마가 희생만 해서는 자기 존중감이 떨어지고 이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면에서 나을것이 없다는 주장들이다. 엄마도 정 힘들면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고, 쉬어라. 죄의식 같은건 가질 필요가 없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뭐 대략 이런 맥락의 책들이 많다. 그래...그런 책들을 읽으면 엄마들은 슬쩍 죄책감을 밀어낼수 있어서 좋다. 위안을 주니 기분이 좋아지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태도는 육아 고수들의 것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나는 아이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때 생각한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육아서 중 내가 느끼기에 '육아고수'였던 엄마들은 이런 상황에 뭐라고 대답할까? 그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어렴풋이 정답이 떠오른다.
물론 나는 육아고수가 되고 싶은건 아니다. 그저 아이도 나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란 내가 내 부모와 가졌던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나와야 마땅한데, 불행히도 나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겪었던 관계들을 극복하고 싶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한건 아이로 인해 나는 '나'라는 인간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다시 이 책<아이 마음을 읽는 시간>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자면 저자는 한국인 여성인데 유학시절 독일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윤이라는 아이를 낳았다. 엄마는 스스로를 바보 엄마라고 지칭하며 겸손함을 유지하지만 실상 그녀의 육아를 들여다보면 그녀는 '육아 고수'다. 왜냐하면 그녀의 육아에는 분명 아이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 아이가 한 동물만을 몇시간째 구경한다면 그녀는 기다린다. 아이가 친구들을 집으로 몰고와서 숙제를 하거나 놀아도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기 보다 간식을 내어준다. 대학에 간 딸아이가 향수병으로 괴로움을 호소할때 엄마는 돌아오라고 말해준다. 맛있는거 사먹고 힘을 내자고 말이다. 남자 아이들 틈에 끼여 거친 스포츠를 즐겨도 아이가 즐거우면 그저 묵묵히 지켜봐준다.
저자는 윤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 하라고도,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몰입한 시간 동안 아이를 관찰할 뿐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들은 혼자 살아갈수 있는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아이 스스로 그 내공을 쌓는 시간 동안 든든한 품을 내어줄 뿐이다.
저자가 이 책의 에필로그에 실어놓은 자살한 아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이올린 전공을 위해 유학온 아이...괴로움에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던 아이.
그 아이의 엄마가 한국에서 전화를 받고 처음 한 걱정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느 손이에요? 왼손은 아니죠? 바이올린을 할 수는 있죠? 깨어나면 시험은 볼 수 있는 거죠?"
진정으로 엄마가 보일수 있는 반응이 맞을까 싶어 순간 슬퍼졌다.
그런데 부모가 독일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아이는 병원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무언가 크게 잘못된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수 있는 것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따뜻한 품과 든든한 지지...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라지만 아이를 앞세워 부모들끼리 경쟁을 해서 무엇할까? 아이가 큰 인물이 되면 그냥 그 아이의 성공일뿐이다. 진정한 만족감을 원한다면 그냥 부모가 큰인물이 되면 그만이다.
나도 저자처럼 너른 품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 품에서 마냥 즐거운 몰입을 즐겼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진정한 육아고수는 아이에게 너른 품을 내어준다는 것.
그래...욕심을 내려놓자. 그리고 아이의 '귀함'에 감사하며 언젠가 나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갈때까지 편안한 품을 제공하자. 오늘도 나는 육아 고수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