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괴물 맛있는 책읽기 39
송보혜 지음, 장여회 그림 / 파란정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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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큐에서 욕에 관한 실험을 본적이 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흔히 쓰는 욕들을 녹음하여 중학생 아이들에게 헤드셋으로 계속 듣게하는 실험이었죠.

처음에 아이들의 반응은 자신이 즐겨쓰는 욕들이라 웃기고 민망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몇분이 흐르자 아이들 표정은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실험 후 기분이 어땠냐고 하자 한결같이 기분이 많이 나빠지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두 통에 밥을 담고 한쪽에는 긍정의 말을, 다른 쪽에는 부정의 말들을 계속 하도록 유도한 실험도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며칠이 지나자 부정의 말을 들은 밥이 훨씬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내뱉는 말들도 엄연히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일것입니다.

긍정의 말을 건네면 이를 받는 상대에게 자연스러게 긍정의 에너지가 전달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야말로 한 문장을 욕없이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추임새처럼 혹은 욕배틀이라도 하는냥, 욕이 대화속에 절반쯤 차지하고 있습니다. 

딸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걷다보면 아이들의 욕대화가 너무도 빈번하게 들려옵니다. 그럴때면 딸아이 귀를 제 손으로 막아주곤 합니다. 욕이 서로를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나 있을까요?

 

이 책 <욕괴물>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김민범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욕괴물 꾸루꾸루가 욕을 엄청 잘하는 친구를 찾던중 민범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민범이는 짜증도 많고 늘 욕을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닙니다. 저학년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온유가 보기에는 친구 민범이가 변해도 단단히 변한 모양새이기 때문이죠.

대체 민범이는 왜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한편 영국으로 유학갔다가 돌아온 상준이가 민범이네 반에 전학오자 민범이의 화는 극에 달합니다. 젠틀맨인척 구는 상준이가 미워 죽을것 같은 민범이는 상준이를 공격하기에 이르는데요.

알고보니 예전 같은 반이었을때, 상준이가 반장선거에서 민범이를 밀어준다고 약속해놓고, 되려 자신이 반장이 된 사건부터 시작해서 민범이에게 치욕을 준 사건들이 몇몇 있었던겁니다. 그리고 민범이 엄마도 회사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민범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셨죠. 그때부터 잔뜩 위축되었던 민범이는 마음의 화를 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자, 자신만의 방어 수단으로 욕을 선택한것이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 위안 삼기도 했습니다.

민범이는 우여곡절 끝에 온유와 부모님께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습니다. 일단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고 나니 욕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는걸 느꼈죠.

민범이는 꾸루꾸루와 헤어지기로 마음 먹습니다. 끊임없이 민범이에게 욕을 하라고 부추기는 욕괴물과 과감히 헤어지고, 욕을 하지 않는 아이로 살겠다 다짐한거죠.   

꾸루꾸루는 민범이를 대신할 욕괴물을 찾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면, 아마도 꾸루꾸루의 친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책을 딸아이에게 읽어주며 중간 중간 많이 주춤거렸습니다.

왜냐하면 민범이의 욕들을 제 입으로 말하자니 꺼려지는 기분이 심하게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아이에게 욕에 관해 이렇게 리얼하게 말해주는 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저학년인 딸아이네 반에도 욕을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최소한 아이들은 욕을 하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자신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합니다. 단순히 욕은 나쁘니까 하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욕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설명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또한 민범이처럼 자신이 당한 피해 때문에 습관적인 욕을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보살핌이 각별히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들의 상처는 어떤 형태로든 행동으로 발현되기 때문이죠.

이 책을 통해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욕괴물 꾸루꾸루의 친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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