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용혜원 지음 / 나무생각 / 2016년 2월
평점 :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제목을 소리내어 읽으면 왠지 모를 간절함이 혀끝에 매달린다.
표지에는 한 노인이 의자에 무심히 홀로 앉아 상념에 빠져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떠난 아내? 젊은 날의 연인? 멀리 시집간 딸?
제목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그의 상념 중심에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구가 있을거라 짐작해버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사랑을 바래오고, 사랑에 전념해 왔을까?
나는 남녀간의 사랑에 관해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만큼 간절한 사랑을 운운하는 친구에게 냉소적인 목소리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누군가에게 정신차리라며 찬물 끼얹는 콧방귀를 날려주기도 했다. 사랑이란 한낱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일
뿐이라고 일갈했으니 나에게 사랑이란 '간절함'이 아닌 '감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이런 나도 세월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고 다소 감상적인 사람으로 변모해왔다. 그 과정에 딸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간들이 큰 몫을 했지 싶다.
어미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고 알수없는 감정이다. 내 부모가 나를 위해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했을때 나는 그 감정을 내
것으로 온전히 느껴보지 못했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아파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자식의 문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거나
무너지는 순간들을 맞이했을때 그것은 단순히 가슴이 아프다라는 소박한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임을 절감하고 말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내 부모님이 흘렸던 눈물의 농도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참 몹쓸 딸이라는 참회의 말들 뒤에 나는 그것이 인간사 불변의 법칙이라 변명의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결국 사랑이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
아내
-용혜원-
세상을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당신보다 좋은
사람 없어
더 애잔하게
사랑합니다
세월이 흘러가고
나이가 들수록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당신이기에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합니다
젊었을때
애증조차
나이가 들며
애정으로 변하고
삶이 힘들고
외로울때
"여보,나
있잖아! 뭘 걱정해!"
하며 위로해
주는
당신의 말이
고마워 사랑합니다
살면 살수록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하는 마음이
들정도로 행복해져만 가는
부부의 사랑에
정이 폭폭 들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세상을 아무리
바라보고 찾아보아도
당신보다 나은
사람 없어
맘씨 좋은
당신을 간절히 사랑합니다 |
용혜원 시인의 이 시에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 한없이 베여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처럼 애증의 관계였을텐데 세월을 함께 견딘 전우애가 생긴 중년들에게는 이렇게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애증을 대신하나보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혀 끝에 시어들이 또르륵 감겨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단어 하나하나가 팔팔 뛰는 생선같은가?하고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럼 대체 그 이유가 뭔가하고 들여다보면 단어가 주는 온기에 이끌려 다시 그 시들을 입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서이다. 톡톡 튀는 말들로 시선을 끄는 시들에 비해 용혜원 시인의 시는 담담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덕분에 내 마음에 온기를 찾을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그의 시를 읽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해 내내 생각했다. 사랑을 믿지 않던 내가 이제 사랑을 믿고 있다. 비록 사랑이 변하더라도
애틋했던 그 마음만은 기억에 남을거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