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툰(싱고)로 독서모임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스펙트럼이다르다. 신미나 시인의 문장은 격조가 있고, 경험을 통과한 글들은 핍진성이 없거나,윤리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실하지만,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날렵하고 섬세하게 정제된 문장은... 따뜻하면서 차갑고 불편하고 진실하다. 슬프면서도 웃기도 애틋하고 쓸쓸한...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싱고와 신미나를 오가며 다른 모습으로 변주하는데 갱신하듯이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어 흥미롭다!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은 “모양이 나쁘네요”와 유년시절을 산뜻하고 아릿하게 그린 여우비, 다리 위에서 등이다. 글 쓰는 사람의 욕망에 대한 자의식적 검열과, 그걸 뚫고 나가려는 진중한 자세가 믿음직스럽다.지난 세대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도 몹시 와닿았다. 가벼운 산문이 읽기 지겨워진 사람이라면 필독서로 권할 만 하다! 오랜만에 묵직하고 자신의 쉽지않은 경험을 제대로 녹여낸 산문집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