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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축제 - 2008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장정옥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4시까지 글쓰기만 생각한다고 했다. 영감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소설에 시간을 투자할 때 비로소 한 편의 소설을 얻을 수 있다고. 결국 책 하나가 나오는데 작가는 오랜 기간 취재를 하고, 매일매일 스무 장의 글을 쓰고, 퇴고하고 또 퇴고했을 것이다. 결국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작가의 성실성이 문학상을 거뭐지게 만든 것이라 여겨졌다.


소설은 스무 살 화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젊다. 특히 곳곳에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죽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장례식 풍경마저 유머스럽다.   

가족이 없는 유리는 울어줄 상주를 인력회사에서 대신 구하고, 국악공부를 해서 곡조를 타며 운다는 안젤라를 섭외한다. 

유리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에게 남겨졌다. 남겨졌다기보다 엄마에게서 버려졌다. 엄마는 남동생만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살 후, 유리는 "나도 미국 들어가서 엄마랑 같이 살까?" 하니 엄마는 " 리차드에게 딸이 있다는 얘기를 못했네"한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성애 가득한 엄마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길에서 택배 차에 치인 강아지 주인의 모성이 더 강해보인다.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다니던 여자. 그 여자는 "우리 아기, 우리 아기"하며 운다. 사람보다 소중한 자기 강아지를 죽인 사람을 경찰에 신고해보지만, 강아지를 죽였다고 사람을 처벌하는 법은 없다는 말만 듣는다.

많은 취재를 해서 쓴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한약재 이야기라든가, 나비에 대한 묘사, 그리고 롤플레잉 게임라는 가상의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연출해내는 이야기 등이 새로워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용어라든지, 상식, 새로운 게임 등이 호기심을 끌 만하다.

부검실 장면이 가장 클라이막스다. 메스가 여자의 몸을 반으로 가르는 장면에서 나는 실제 부검을 목격했을 저자의 모습이 겹쳐져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 꽃잎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작가의 글에 자주 등장한다는 '길잃은 아이' 모티브가 이 책에도 132쪽에 나온다.


어둠 속에 한 아이가 있다...
들뢰즈는 길을 잃은 아이를 통해서 '물과 물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 개와 늑대 사이, 황혼과 새벽녘에서 비롯되는'도약의 리듬을 말했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거기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아버렸다.


작가는 그 이야기에서 항상 각기 다른 소설들을 계속 풀어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다. 매일 신춘문예 등단작 <해무>도 이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말이다.

작가가 묘사에 신경을 써서 썼다고 하듯, 다른 문학상 수상작보다 문장에선 단연 돋보였다고 나는 느꼈다. 새롭고 낯선 단어들도 곳곳에 심어두었다. 책을 읽고 다시 밑줄 그은 걸 대충 넘겨보는데 뒤에 나오는 팔십 먹은 노인의 이야기가 앞부분에도 언급되어 있고, 강아지 주인 이야기도 서두에 등장하는 걸로 봐서 작위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필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철저히 계획하고 쓴 글임을 알 수 있었다.

여하튼 책을 읽고나니 작가가 다시 한번 대단해보였다.  후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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