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 싱글맘의 마음보고서
홍소영 지음 / 이유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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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닥뜨린 사고와 사건을 사연의 늪에서 건져 올려 단단한 사유의 땅에 세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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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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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고양과 세속적 성공이 함께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랬다면 마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좋은 것은 함께 오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고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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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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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와 결말을 다 알고 읽는데도 정신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이 있다.
대학 때 《마틴 에덴》을 처음 읽고는 작가인 잭 런던에게 흥미가 생겨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었지만 이 작품만큼 나를 매료시키지는 못했다.
가난해서 초등 교육도 다 마치지 못한 노동 계급 청년 마틴이 부르주아 집안의 대학생 아가씨 루스에게 한 눈에 반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노오오력한다는 모티브, 그리고 그 청년이 타고난 영민함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피나는 수련을 통해 역경을 딛고 마침내 유명한 작가가 된다는 스토리는 얼마나 통속적인가.
그렇지만 이러한 통속성도 잭 런던 같은 작가에 의해 주물러지면 사랑의 본체와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걸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다분히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읽는 내내 한 사람의 경험이 빛나는 통찰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마틴이 루스를 사랑한 건 아침드라마적 신분상승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자신의 관념 속 아름다움 그 자체로 루스를 사랑했다. (추앙)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루스와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붕괴)

루스 역시 분명히 마틴을 사랑했다.
하지만 루스에게는 마틴을 향한 사랑보다 ‘오밀조밀한’ 부르주아의 도덕과 좁디좁고 얇디얇은 부르주아의 상식이 더 견고하고 강력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루스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은 마틴을 사랑한 것이다.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지만 계급은 사랑만큼이나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나온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대학 때는 다 공감하기는 어려웠던 마틴의 마음도, 루스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연민도 안타까움도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이해가 되었다.
다른 세계에서 다른 영혼으로 태어난 둘은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엔 소설가 오수연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번역도 한몫했다.

아......정신의 고양과 세속적 성공이 함께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랬다면 마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좋은 것은 함께 오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고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다.

#마틴에덴 #잭런던 #녹색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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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락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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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제 사람은 철학적이 되는가? 그것은 그가 슬픔 속에 있을 때이다.”라고 김상봉 교수는 그의 저서 《나르시스의 꿈》에서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패러디해본다. “언제 아이는 어른이 되는가? 그것은 그가 환멸이라는 감정을 알게 될 때이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유명한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등장인물 나가사와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패러디해본다. “개츠비가 왜 위대한 지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지.”

3.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집 《행복의 나락》 (조이스박 Joyce Park옮김, 녹색광선, 2021)을 재밌게 읽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그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자면 꽤 긴 분량이 필요하겠지만,
역자의 말에 있는 이 간명한 구절이 핵심을 찌르는 분석이 아닐까.
그 구절은 바로 ‘환멸을 겪으면서도 환상을 끝까지 놓지 않는 능력’(p.216)
스무 살 무렵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서른 무렵이 되어서야 가슴 저미게 보였던,
개츠비가 바라보던 강 건너 편의 ‘녹색 불빛’(green light) 같은 환상 말이다.

4.
어른에게 환멸은 더 이상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30년 세월 동안 여신인 줄 알았던 꿈의 여자가 알고 보니 ‘쌍년’임을 알게 될 때(<오, 붉은 머리 마녀>),
‘행복(이라는 건 언제든지 순식간에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온몸으로 알게 될 때,
내가 품은 환상이라는 게 사실은 깨지기 일보 직전인 유리구슬이거나 파도 한 번에 허물어질 오해로 쌓은 모래성임을 깨달을 때,
환멸은 들이닥친다.
인간에 대한 환멸, 세상에 대한 환멸, 종국엔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이.

5.
환상이 유리구슬 혹은 모래성이라면 환멸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흔히 환멸을 낭떠러지, 구렁텅이, 수렁으로 비유하지만 나는 환멸이 일종의 장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환멸은 언제든 찢을 수 있으며 결국 찢어야 한다.
그것을 찢고 나면 보다 근원적인 생의 아이러니한 신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끔찍하지만 동시에 나를 일으키는 숭고한 고통, 자신과 타인에 대한 떨칠 수 없는 연민, 인생에서 좋은 것은 함께 오지 않는다는 겸허한 깨달음 같은 것.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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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에게 삶은 너무 빨리 왔다가 가버렸다. 남은 것은 쓰라림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남은 것은 환멸이 아니라 오직 고통이었다. 악수를 하며 서로의 눈에 깃든 친절함을 확인할 때에 이미 달빛은 충분히 밝았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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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이 단편선집을 읽고 나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얼마나 문장을 섬세하게 구사했는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환상이든 환멸이든 어쩜 이토록 유머와 여유를 갖고 묘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번역을 거치게 되면 섬세한 심리 묘사나 유머러스한 뉘앙스는 희생을 당하기 쉬운데,
이 부분을 온전히 잘 담아낸 것은 옮긴이의 역량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빵빵 터졌는데, 막 웃고 나서, ‘혹시 이거 나만 웃긴 건가?’ 싶어 뒤늦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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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남자가 동네에 나타나면 모두가 버림을 받았고, 데이트는 죄다 자동적으로 취소되었다.
이 상황을 어찌해보려 해도 주디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주디는 운동 법칙처럼 ‘이겨서 쟁취’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주디에게는 똑똑함도 먹히지 않았고, 매력도 먹히지 않았다. 이 중 어떤 쪽이라도 강력하게 주디에게 들이대면, 주디는 즉시 이 문제를 육체적인 매력으로 해결해버렸다. 그녀의 육체적인 황홀함이라는 마법 아래에서 강한 남자든 명석한 자든 모든 이가 자신의 게임이 아니라 주디의 게임을 해야 했다. 주디는 자신의 욕구가 기쁨을 가져다주거나 자신의 매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할 때에만 즐거워했다. 아마도 너무 많은 젊은 사랑과 너무 많은 젊은 연인들을 거치면서 자신을 지키다 보니 내면에서부터 전적으로 자신만 키우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p.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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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을 읽는데 다음 생에는 주디의 얼굴과 몸으로 태어나서 주디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불끈 솟았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뚱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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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 신해철 유고집
신해철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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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게 이렇게 아플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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