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 시스템이 붕괴된 한국 사회의 아찔함을 읽다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이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다. 왜 혼자가 되었는지는 모른채 혼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느낌을 '소외되었다' 혹은 '고립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것일까? 그 전에 어떤 사람들에게 '소외되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의문들을 던지면서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이 책은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쓴 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정 노동자들, 몸도 마음도 상처받은 채 혼자서 병마와 싸우는 휘귀병 환자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동성애자들... 이들은 분명히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의 경우에는 감정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그 문제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고독함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젠데?"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뉴스에서 스쳐지나가듯 '보는 것'과, 그들의 가슴에서 응어리진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날이 세상이 흉흉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심드렁하게 보다가도 곧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문제를 잊어 버리는게 현실이다. 하다못해 소외된 이웃들을 돕자는 '봉사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젊은이들 조차, 진심으로 그들을 도우려는 마음보다는 이력서에 한 줄을 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는 형식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뿐이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가. 한때 '공동체', '정(情)'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단어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소외된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단 한번이라도 그게 내 이야기라고 느낀적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부끄럽지만 나 역시 이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다.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는 그런 나에게 날카로운 일침과도 같은 책이었다. 이 책에 담긴 그들의 목소리에는 원망보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한번만 들어달라는. 
 이 책이 현대인에게 큰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짓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동정표를 얻기 위해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내지 않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것이 영화나 소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가슴이 아려온다. 또 부끄러워진다. 경쟁적인 현실에 치여산다는 변명으로 나의 무관심을 정당화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만의 독특한 구성이자 장점이라고 느낀 부분이다. 단순히 소외된 사람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문제점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한다. 읽는 이에게 소외이웃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도와주고 함께 문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감정노동자, 인턴, 워킹맘, 독거노인, 동성애자... 이들은 결국 사회에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우리'들로부터 고립된 것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뿐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이 그들을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냐고? 우리가 그들의 크나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곳은 결국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외면하게 되면 우리는 모두가 '군중 속의 고독'을 몸소 느낄 수 밖에 없다.
결국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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