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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 동물원부터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
왕민철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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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원>-<생츄어리>-<단지,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의 동물 다큐 3부작의 왕민철 감독의 에세이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사유가 흘러가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치 나도 그 시간을 살아낸 것 같은 느낌.

정신승리도, 좌절도, 희망도 아닌. 결론도 아닌. 그 모든 것의 융합같은 세계였다.

다큐에도 종류가 많지만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다큐는 최대한 촬영자의 개입없이 건조하게 ‘관찰’한 결과물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면에서 볼 때 다큐는 어느 정도 관음적인 성격이 있는 것도 같다.

신기하게도 글과 영상은 다른데 글과 글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동물원이라는 ’시공간’을 마주하고자 했던 왕민철 감독의 세계관은 조금 건조하다. 그리고 맑다. 왕민철 감독은 자연과 시공간을 응시한다. 그의 시작이 동물보다는 동물원이었기 때문일까.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글 초반부는 풍경 영상을 보는 듯하다. 담백하고 맑은 자연과 동물원 풍경의 묘사가 특정한 목적지 없이 사계절의 변화처럼 흘러간다. 자기 자신의 생각조차 그렇게 응시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유의 흐름을 건져올린다. 글은 마치 그의 10년을 영상으로 풀어낸 듯하다. 그의 10년을 차근차근 훔쳐본 듯한 느낌이다.

동물원의 공간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한 그의 글은 점차 동물, 그리고 사람의 사유로 넘어가더니 동물원을 둘러싼 생태계로 넘어가 자연의 섭리로 끝맺는다. 그가 말했듯 동물원에서 시작됐지만 그 안의 사람과 동물에 시선을 보내며 공간의 공기를 만드는 것은 살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 경계와 원리는 그 구분을 불분명하게 섞어버린다.

책 속에서 그가 말했듯 다큐는 일단 찍고 그 안에서 걸러낼 것을 걸러내고 취사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왕민철 감독은 공간과 공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 그리고 시간까지 뒤섞는다. 눈 앞의 장면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존재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물범과 호랑이, 백로, 고라니, 곰,…… 청주, 황해도, 화천, 광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 다양한 시간과 장소, 존재들을 넘나들며 그의 사유는 ‘일단‘ 완성되어 간다.
동물을 바라보던 건조한 시선은 애정과 관심이 되었다가 익숙함을 넘어 깨달음, 그리고 다시 무심했다가 또 깨달음을 확장하며 내면화해간다. 그의 내면에서 동물과 사람, 그를 둘러싼 환경의 시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됐을지 꽤 궁금해졌다.

이제는 분리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연과 인공의 융합 속에서 깨달은 그의 사유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이제는 사라질 수 없는 현재는 어디로 가게 될 지 더 나아간 답을 찾고 있을까.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자연은, 그리고 동물은 인간이 무엇을 하든 우리 생각과는 달리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인간 나름대로의 생각대로 살아가겠지. 곰이 고마워하든 아니든. 다만 각 곰에게 이름을 붙일만큼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최선인건 아닐까.

그가 이어붙인 시공간 덕분에 공간과 존재 뿐만 아니라 시간과 환경, 그리고 사유가 들어찼다. 감사하다.
​
#가제본서평단 #단지우리가잠시머무는곳 #다큐멘터리추천 #문예출판사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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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헤어살롱 ㅣ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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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일까?
나를 규정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는 나의 본질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버는 반드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마련입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지 궁금한 홍해를 보면 왠지 모를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기억을 잃었지만 강한 불의 기운을 품은 성공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남은 불가사리 홍해는 악귀를 퇴치하는 ‘굿나잇 헤어살롱‘의 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다가 구인광고에 용기를 얻어 문을 두드리고 그들의 일행이 됩니다.

집, 그리고 가족과도 같은 그들과의 동행에도 홍해는 항상 ‘내가 누구인가’에 관한 질문과 허전함을 품은 채로 무서운 퇴귀행에 함께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친구의 영혼을 잃은 홍해의 고민은 날로 커져만 가지요. 홍해는 과연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불안하다면, 기억을 잃은 불가사리 홍해와 가장 강한 불의 기운을 품은 자로 선택된 성공 두 사람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신나는 힙합 음악 속에 숨겨진 퇴귀 진언, 악귀를 머리카락에 가두고 퇴귀 가위로 싹둑 잘라내며 이루어지는 퇴귀행은 이런 고민과 쌍벽을 이루며 흥미를 더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내가 이 일을 해야하는지, 나의 삶과 내 일이 갖는 의미 사이의 충돌을 고민하는 사람. 이 이야기에 빠져들 또 하나의 사람들이겠습니다.

나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 내 삶을 이어갈 진로에 관한 고민. 청소년은 물론이고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이보다 더 큰 고민이 있을까요. ‘굿나잇 헤어살롱‘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 삶의 고민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이야기는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질문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도저도 선택하기 어려운 홍해의 고민이 치달아가다가 슬프지만 아름답게 해소하는 이야기는 최근 유명했던 ‘케데헌‘이나 고전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 무엇도 선택하기 어려운 늪에 빠진 홍해가 어떤 존재로 거듭날지, 새롭게 태어난 홍해는 어떨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화극금. 불은 쇠를 녹여 금의 상극입니다. 불의 기운을 품은 성공은 쇠의 기운을 품은 불가사리 홍해의 상극입니다. 그렇지만 불은 쇠를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지요. 나를 힘들게 하는 고통의 시간이 나를 초월하여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지요. 홍해에게 성공의 존재란 그런 게 아닐까요. 세상에 상생만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상극 같지만 서로를 성장시키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입니다. 즐거운 시간 될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니체’를 읽어서 이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해서 니체의 글을 일부 인용하며 읽은 후 이야기를 마칩니다.

참으로 그대들의 삶 속에는 고통스러운 죽음이 많아야 한다. 창조자여, 그러고 나서야 그대들은 이 세상모든 영원한 것의 변호인이자 대변자가 된다. 창조자 자신이 아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산모가 되어야 하며, 출산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참으로 나는 백 개의 영혼을 거쳐 내 길을 가며, 백 개의 요람과 전통을 겪으며 내 길을 걸어왔다. 나는이미 수많은 이별을 경험해, 가슴이 터지는 듯한 이별의 마지막 순간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창조적 의지와 운명이 그것을 원한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 의지가 그런 운명을 바란다.
나의 감수성은 언제나 괴로워하며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러나 내 의지는 항상 나를 해방시키고 나를 위로해 준다.
의지는 자유를 가져다 준다. 이것이야말로 의지와 자유에 관한 진정한 가르침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대들에게 그것을 가르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행복의 섬 중에서

그렇게 홍해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자기의 ‘의지’로 다시 태어나는거겠죠? +.+

덧. 설정이나 논리의 빈 곳이나 옥의 티를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재미의 요소로 볼 수도 있는 <굿나잇 헤어살롱> 일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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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 소울메이트인가...

원하는 대로 아름답게 조각하면 좋겠지만, 가끔은 실수로 돌이 엉뚱하게 깨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조각술의 핵심이다. 우리의 목적은 흠결 하나 없는 완벽한 조각상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삶은 예술이며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다. 누구도 인생을 대신 조각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창조하는 예술가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아 조각이 망가지더라도,
그 작품마저 자신의 온전한 모습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흉한 모습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을 위대한 대작으로 완성하든 뼈아픈 실패작으로 남기든, 최종 결과물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 삶의 예술가이자 조각가이므로, 그 창조물에 기꺼이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핵심이다. 원하는 대로 돌을 깎아 만드는 동안만큼은,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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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ㅣ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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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존재하는 언어로
존재하지 않는 깊이를 표현하려는
욕망에서 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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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ㅣ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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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깊이를 표현하려는
욕망에서 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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