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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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

프로필을 보니 꽤 유명한 작가.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번역자는 책은 읽기에 만만해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두께도 맘에 들었다.


이 작가의 글쓰기 특성인지 알수 없지만, 비교적 짧은 문장때문이지 빠르게 쉽게 읽혀졌다. 그렇지만 작가의 가족사와 삶은 꽤 묵직하게 다가와 몇몇 부분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내게 아네스는 언제나 잘 웃고 농담도 잘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아이였다. 우리 둘은  너무나 가까워서 눈짓만으로도 마음이 통했다. 좋아하는 것도 같았고 싫어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녀는 억지로 명랑한 척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 형제 자매들 가운데서 우리 내면에 도사린 그 정신불열증의 대가를 혼자서 치른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사는 행복. 트랑에서 지내는 행복과 다른 한편 저 불행의 캄캄한 구멍, 우리의 내면을 파먹어 들어오던 그 침묵, 집안의 지옥, 그 두가지 사이의 분열증의 대가를 , 어쩌면 아네스는 우리를 대신하여 그 대가를 치렀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여동생 아네스는 정신불열증에 걸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다가갈 수 없고 어찌할 수 없다. 직업병인지 어쩐지 깊은 울림을 남긴 대목들이다.


아네스와 마주앉으면 나는 더는 할말이 없다.  내게서 빠져나가서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아네스.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행복과 불행의 가족사를 비극적인 톤으로 쓰지도 냉정하게 쓰지도 않았지만 작가의 고통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고 평론을 한 이력 때문인지, 책을 읽는 다기 보다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상이 그려지는 작가의 필체였다. 구구절절, 현학적인 미사여구가 절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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