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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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매달 엄청난 양의 책들을 기웃거리며 읽는 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며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장르가 바로 SF.

원체 우주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고, 공상과학 이야기라고 하면 영화도 그닥 당기지 않는 통에, 그 많은 독서 리스트에 '책'으로 존재했던 SF장르는 전무.

그러다가, 영화 컨택트,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최근에는 듄을 보게 되면서 SF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이쯤에서 SF를 책으로 접하고 싶었던 마음에 참여하게 된 #너의다정한우주로부터 서평단.

나에게 있어 SF 소설 입문작이기 때문에, 그리고 향후 SF 장르 독서 개척(?)을 위해 큰 의무를 가진 책이기 때문에 제발 재밌기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의 글에 책날개에 짧게 기록되어 있는 이경희 작가의 프로필을 몇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각각의 단편들이 기괴하면서도 발랄하고,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경계없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다 못해, 팡팡 튀는 아이디어가 위화감없이 생동감 넘치게 춤을 추는 바람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조상님들의밤 은 가장 재밌었던 단편으로, 조상님들이 현실로 소환되어 잔소리 폭격을 하는 스토리인데, 정말 신선하고 동시에 납득이 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작가의 글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우리가멈추면 은 우주파업에 관한 이야기인데, 먼 미래에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별로 기대할 것은 없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드는 슬픈 이야기였다.

#다층구조로감싸인 은 욕망하는데로 자신이 변하고, 말하는대로 세계가 바뀌는 이야기인데, 이 단편은 개인적으로 스토리보다는 묘사가 뛰어나서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나 제 5원소를 떠올리게 했다.

#바벨의도서관 은 나같은 SF 초보자가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신체강탈자의침과입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를 퍼트려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실제같은 직장 이야기와 버무려져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이야기. TV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재밌을 듯한 재기발랄한 단편이었다.

#저먼미래의유크로니아 는 상실과 슬픔 때문에 지구를 벗어나 유영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단편.

읽기 전에는 주로 헐리웃 SF 영화에서 접하는 차갑고, 기계적이고, 파괴적인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인간성, 사랑,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담백하게 잘 녹아져 있어 지루하지 않게 잘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조금 묘했던 것은, 각 단편들이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고 있는데, 왜 나는 그 해피엔딩이 진짜 해피엔딩 같지 않은지 모르겠다 ㅎㅎㅎ

적극적 해피엔딩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이정도로 마무리 하자는 뉘앙스의 해피엔딩 같은 느낌이랄까?

몇가지 궁금한 점.

1)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여성이거나, 성별이 모호한 젠더리스 형태를 띄고 있는데 어떤 의도인지 궁금궁금.

2) 다 읽고나니, 책 제목이 오히려 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진입 장벽인 것 같은데, 다른 제목으로 변경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제목만 봤을 때는 굉장히 서정적인 내용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데? 아무튼 책 제목이 좀 아쉽습니다~ 독자의 이목을 끌기에는 조금 더 손을 봐야 하지 않을지. 책 자체는 아주 재밌는데 말이죠. 재기발랄, 기괴발랄 느낌이 많이 묻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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