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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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습정>, 김영사, 2020

고전을 좋아한다. 옛사람의 마음가짐, , 그림, 생활 방식 모두. 이 취향의 시발점은 초중생 때 읽은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였다. 한동안 선생님의 다른 책들과 배경이 조선시대인 소설을 읽는 등 옛사람의 생활에 빠져 지냈다.

김영사 서포터즈 3월달 활동 도서 목록을 보다가 정민이라는 이름에서 멈칫했다. ‘설마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한 정민 선생님?’ 저자 소개 글에서 <한시 이야기>를 확인했다. 서랍에 넣어둔 채 잊고 있던 사진을 수년 뒤에 발견한 느낌이었다. 정민 선생님의 책을 다시 접하게 되어 기뻤다.

[형식적인 면]

글이 간결하고 담담하다. 그래서 좋았다. 불필요한 것을 모두 덜어낸 글이다. ‘말을 아끼라는 옛사람들의 조언을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하고 싶은 말 그득 찬 나의 문장을 돌아보게 된다.

마음의 소식’, ‘공부의 자세’, ‘세간의 시비’ ‘성쇠와 흥망이라는 주제로 글이 묶여 있다. 사자성어 한 개 당 그 가르침을 담은 이야기가 있다. 선인의 저작에 실린 글을 짧게 인용하고, 풀어서 설명한다.

본문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페이지 테두리의 줄이 옛 서적 같은 느낌을 주어 글과 어울린다. 특히 사자성어가 쓰인 녹색 상자와, 남색 글씨들이 만들어내는 깔끔함이 좋았다. 시중의 어떤 사자성어 책도 이렇게 예쁠 순 없을 것이다.

[내용적인 면]

깊이 공감하며 밑줄 그은 내용이 있는 반면, ‘그렇구나하며 넘긴 것도 있었다.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서 불교적인(?) 가르침은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편향됨을 잡아줄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단순히 선인들의 지혜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반성하고 다짐하신다. 그 모습이 독자가 배움의 자세를 갖추기를 돕는다.

[느낀 점]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 생활이 흐트러질 때 꺼내서 마음을 다스릴 것이다.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으므로 빠르게 흡수하기보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 좋다.

현직 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의 분야를 꾸준히 연구함과 동시에 다작하는 당신이 놀라웠다.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스스로를 정제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정민 선생님의 글은 고전을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고전에 대한 당신의 애정을 나눠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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