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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게 전하는 말
허지원 지음 / 홍익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게 전하는 말
심리학 서적이 넘쳐나고, 몇 권 읽다 보니
대중심리학서적들은 서로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는데,
<ch5. 당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것>이라는 목차가 신선해
이 책을 고르게 되었었다.
큰 기대감 없이 읽었는데, 정말 여러 방면에서 좋은 책, 강추!
전문적이지 않은 서평임, 개인적인 소회를 일기 쓰듯 정리해 본다면,
1. 내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 보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숨 고르기라도 할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도 아니었다.
몸은 홀로 있지만 이내 곧 내 마음은 이따가 해치워야 할 일들로 가득 찼고,
지루함에 스마트폰을 들고 무의미하게 한 두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거나
이리저리 부유하는 생각을 붙잡아 보고자 펜을 들지만
무얼 써야 할지 몰라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글을 쓰다보면 방대하고 끝이 없어 쉬이 지치곤 했다.
1부 초반을 읽을 땐, 심심풀이처럼 누워서 읽다가 괜찮은듯 해서 샤프를 집어 들어 줄을 치다가
이젠 허리를 세우고 메모를 하다가, 메모할 게 너무 많아져 노트북을 펼쳐 놓고,
새길 구절을 받아 적기도 하고, 책 내용을 따라 내 마음을 점검하는 글쓰기를 하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한글파일로 21장이 나왔다.
낮은 자존감/자존감과 자신감/완벽주의적 불안/억울감과 외부귀인 등을 다루었는데
이 부분들을 따라 읽어가며 나를 차근 차근 훑을 수 있었다. 나를 돌아보는 도구였다.
이 책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나를 읽어낸 느낌이었다.
당연한 가치로 여기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나를 다그쳐 온 부분도 있었는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내 마음이 한껏 홀가분해지기도 했다.
내가 나를 다그치고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다소 '병리적인?' 모습도 한 면 발견한 게 있었다.
마침 그런 내 면모가 드러나는 상황에 처해 있던터라 책의 처방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늘 해오던 반응을 꾹꾹 참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난 지금은, 내가 그 리액션을 하지 않은 것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내용들을 잊겠지만, 정리한 문구들을 가끔 꺼내 읽으면서 나를 지속적으로 돌아보고 싶다.
또한 이런 류의 책의 도움을 받아 나를 살피는 시간을 한 번씩 갖는 것도 좋겠다.
특히, 챕터 말미마다 숙제가 제시된다.
그 숙제를 따라 차근 차근 응답하다 보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수월해진다.
2.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이 많이 아픈 것은 알았지만,,, 그 사람의 아픔을 다시 기억했다.
어떻게 도와야 될지, 내가 어떻게 대해야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주변사람인 나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나의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이 재양육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고 싶다는 현실적인 처방도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나도 영향 받은 것들이 참 많았다.
이렇게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부족한 탓입니다"를 반복하는 사람
"지금 하신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즐겁게 대화를 마쳐도,
대화가 마치면, 다시 대화를 헤집어 올라가 그 의미를 하나 하나 추적하며 날을 세우는 사람
피해의식으로 가득차 언제나 피해자가 되어 있는 사람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등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나와 타인의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3.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자의 관점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외부귀인(남탓)이 과도한 사람들에 대해 뇌과학적 측면, 임상심리학적 측면에서 다룬다.
저자가 두 분야를 공들여 공부한 덕분이다.
뇌과학 부분에서 어려운 뇌 용어들이 나올 때, 뇌 구조와 기능적 측면의 논리적 경로를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논리적 경로'가 있다는 사실로 설득이 됐다. 뇌과학이든 임상심리학이든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감정, 복잡다단한 속마음을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의 학문적인 용어로 묘사해내니 그 감정이 새롭게 읽혔다. 일상적 표현, 또는 문학적으로는 다소 상투적인 말로 표현될 감정들인데 그것을 다른 학문적 관점의 용어로 표현한 글을 읽으니 그 감정이 다시 객관화 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표현들이 너무 신선하고 반가워서 게걸스럽게 흡수하느라고 내 손가락과 뇌가 참 바빴었다. 더불어 저자의 글솜씨에도 감탄했다.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책의 내용만으로도 충실했지만, 더불어 문학적 표현도 풍성해서 문장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문체도 읽는 이의 마음을 보듬어 줄만큼 따뜻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 책의 따스한 느낌은 문체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독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어린 걱정이 실린 덕이라 생각한다.
*환경이 그 사람을 만들어 나가지만, 완벽한 환경에 놓일 수 있었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람들이 처했던 불완전한 가정의 모습은 학교에서, 학교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것은 친구에게서,
교회에서, 배우자에게서, 또다른 누군가에게서 재양육되고 재양육 된다. (안 되면 나 자신이)
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또 돌아보면 그동안 살아오며
참 많은 곳과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재양육 되고 재양육 된 산물이었다.
사람은 그렇게 늘 새롭게 태어난다. 늘 그렇게 성장 중이다.
우리는 서로를 재양육하는 존재들, 그리고 나를 재양육 하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