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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흡혈귀전 :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ㅣ 조선 흡혈귀전 1
설흔 지음, 고상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우리가 아는 그 위대한 세종대왕이 흡혈귀가 되었다면?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적 발전을 이뤄낸 세종이 누군가의 음모로 흡혈귀가 된다?
듣기만 해도 짜릿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조선 흡혈귀전』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에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역사와 의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세종과 흡혈귀가 공존하는 낯선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세종이 흡혈귀? 말도 안 될 것 같던 이야기가 설흔만의 구체적인 상상력과 친절한 문장을 거쳐 금세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식욕이…… 없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수육은 빼도록 해라.”
말도 안 돼. 수석 요리사는 경악한다. 하루에 고기를 수육, 구이, 산적, 불고기 종류별로 일곱 접시씩 먹던 임금이 고기를 손도 안 댄 것.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던 임금이 고기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한다. 바로 전날, 음모를 꾸미던 누군가가 임금의 눈앞에 검붉은 피가 감도는 질 나쁜 생고기를 두었기 때문. 정사에 바빠 배가 고팠던 나머지 임금은 무언가에 홀린 듯 생고기를 먹어 치운다. 그리고 그때부터, 임금은 생고기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흡혈귀’가 된다.
“그 고기를 먹으면?”
“흡혈귀가 되어요.”
“흡, 혈, 귀?”
‘조선판 흡혈귀’는 최근 여러 영상매체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는 소재다. 자극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등장하는 기존 흡혈귀/좀비 서사와는 달리, 『조선 흡혈귀전』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로운 설정들을 덧입힌 ‘흥미로운 흡혈귀’를 선보인다.
억울하게 죽어 잔인하게 도축당한 ‘저주받은 고기’를 먹으면, 흡혈귀가 된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던 임금과 수석 요리사에게 이 사실을 말해준 것은 ‘흡혈귀 감별사’인 우리의 주인공 ‘여인’이다.
“사라센에서는 뱀파이어라고 부르지요.”
이야기는 검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아이, ‘여인’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조선인 엄마와 서역의 사라센 국에서 온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여인은 백정으로, 고기 박사이자 흡혈귀 감별사다.
여인은 세종과 수석 요리사, 장영실을 도와 흡혈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도대체 누가 감히 임금을 흡혈귀로 만들려고 한 걸까? 그 배경에는 어떤 음모와 권모술수가 숨겨져 있을까?
이국적 외모의 독특한 주인공과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배경, 흥미로운 흡혈귀 사건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순식간에 읽히는 소설이다. 오싹하지만 무섭지 않고, 재미있지만 역사도 담긴 흥미로운 역사 판타지, 『조선 흡혈귀전』. 여인이의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