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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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아홉 분의 교수님들이 비뚤어진 공감이 만드는 부작용으로서 나타나는 혐오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옮겨놓은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교수님들의 말씀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각 강연의 끝장을 넘기고 있다. 특히 2부는 역사 속 혐오사건들을 주제로 하는데, 이건 정말이지 생생하게 눈앞에 그리듯 설명하시는 교수님들 덕에 홀로코스트, 이슬람 문화권,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비극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책을 비롯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좋다’고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내용과 연관된 내 경험이 떠오르면 유독 기억에 남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주변에 추천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덮고 내가 반추한 부분은 두 군데가 있었다. 첫째는 최인철 교수님이 토크콘서트에서 하신 말씀이다. 교수님은 우리가 익히 아는 실험 하나를 소개하신다. 길이가 각기 다른 선분을 주고 같은 길이의 선분이 어느 것인지 말해달라는, 주변의 압박 혹은 동료 압박에 못 이겨 아님을 알면서도 다른 것을 고르게 되는 실험이다. 그런데 교수님이 이 실험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며 알려주신 것은, 그런 환경 속에서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단 한 명만 있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의견을 무리없이 낸다는 것이다. 20년 전의 한 TV 광고에서 그랬다. “모두가 Yes라고 답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있어서는 반증하는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물러서지 않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타협한 것인지, 모두가 아니라고 하면 그 파도에 휩쓸리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단 한 명의 지원군이 필요한 건 아닐까?’


용기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것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응원하는 이가 있다면 내 선택에 확신이 조금씩 피어난다. 대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말도 안 되는 기획이라며 만류하며 심지어 힐난까지 한 유튜브 채널 재상스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고 결국 <골목식당>에까지 들어가는 기함을 토했다. No라고 말한 사람들과 달리 Yes라고 외쳐주는 단 몇 사람. 그들이 나의 모멘텀을 만들어줬고 내 행동의 동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토론에서 이희수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천적 관리’를 잘하라는 것. 즉, 인생에서 적을 만들지 않게끔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각인되도록 들어온 교훈이다. 10명의 아군보다 1명의 적군이 나를 곤란케할 수 있다는 말씀은 인생 수칙으로 삼고 있다. 재상스에 매주 영상을 업로드하며 수백 수천의 댓글을 봐왔다. 비율로 보면 9:1 정도로 선플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1의 악플이다. 그 선명도는 아주 짙어 평생을 짊어지고 갈 인생의 동반 문구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고작 몇 안 되는 댓글에 생채기가 나보니 연예인들의 상처가 어떨지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감히 그들의 아픔을 100퍼센트 공감한다고 하면 그 또한 비뚤어진 공감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러나 세상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아닌 피해 경험으로 점철된 삶을 산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비단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혐오만을 다루지 않는다.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라는 부제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나타나는 혐오라는 현상을 천착한다. 그러면서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빛이 나는 길로 안내한다. 대항표현을 용기있게 함으로써 내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고, 다른 사람이 내게 힘이 되어 주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서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며 혐오가 혐오되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이다.


책의 근간이 된 컨퍼런스 <Bias, by us>는 물론이고 책을 수십 번 반복해서 봤다. 그런데 재밌는 건, 1회독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2회독 때 보이고, 읽는 횟수가 오를수록 교수님들의 메시지가 명징해졌다는 것이다.


『헤이트』를 다회독하기를 바란다. 손이 닿는 가까운 거리에 항상 두고 말이다. 좋다. 오늘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권씩 선물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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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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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있는 꽃과 헤이트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어우러지는 책이라 생각되어 구매했어요. 내가 혐오의 가해자가 된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 책 읽는 내내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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