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 - 특수아동과 함께 하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외 지음, 이인경.서혜전 옮김 / 이너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그럴 수도 있지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읽고-

 

지난여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암컷 샴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입양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보다도 더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이후에 이어졌는데, 다름 아닌 고양이의 출산이었다. 아무래도 보호소에 들어가기 전 길에서 임신을 한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처음 키워 보는데 거기다 새끼까지 낳을 거라니 눈앞이 캄캄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지 딱 한 달이 되던 날 새벽에 새끼고양이 네 마리가 태어났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출산을 지켜보는 것도,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것도 모두 처음이어서 정신이 없었다. 눈도 못 뜨고 우는 소리도 아직 고양이 같지 않은 저것들이 언제 걸어 다니나 했는데 한 달 반 만에 새끼들은 좁은 자취방 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새끼 고양이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생활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네 마리가 똘똘해서 처음 몇 번 이불에 실수를 하고는 이내 용변을 가렸지만 화장실을 치우는 것은 여전히 내 몫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내가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운 낮 동안 쿨쿨 단잠을 자고 밤이 되면 방 안을 훨훨 날아다녔다. ‘쟤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눈앞에 물그릇이 있는데 왜 그걸 꼭 엎고 가는 걸까? 왜 배변패드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잠들지 못한 채 고양이들이 지칠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 서성이던 새벽도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문제들은 우습게도 한 방에 해결됐다. ‘그럴 수도 있지.’

쟤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고양이는 원래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바닥에 응가가 묻어 있으면 아이고 바닥에 난리가 났네?” 하고 방을 닦았고 물그릇을 엎으면 저런 물을 또 쏟았네!” 하고 물을 닦으면 그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여름의 그 깨달음이 떠올랐다. 그 덕에 제목이 왜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인 지 알 수 있었다. 책 속의 주인공인 아이들 하나하나는 모두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남들과 다를 바 없이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첫 파트인 적응편의 휴가를 읽으면서 그 경험이 특히 더 많이 떠올랐다.

휴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브랜든과 부모님이 무려 비행기를 타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브랜든과 부모님은 인내와 사랑으로 극복하고 무사히 가족 여행을 마쳤다. 장애가 없는 어른을 인솔하여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장애가 있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맞는 어려움과 부담은 아마 글로 모두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브랜든과 함께 하는 삶에서 이 경험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 어려움이 두려워 브랜든과의 가족 여행을 포기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기에 브랜든의 부모님은 용기를 냈고 어려움을 잘 극복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한 때는 경계조차 모호할 만큼 가까웠던 사람이 있었다. 언젠가 그 사람과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다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쩌다가 그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시각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으며 시각을 잃는다면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했던 그 사람의 말이 굉장한 충격으로 남았다. 내가 있는데도 그렇게 하고 싶은지 재차 물어봤지만 대답은 확고했다. 나는 조금 달랐다. 시각적인 자극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지금쯤이라면 보이지 않음은 상상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로 청각을 골랐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부족한 것 없는 비장애인의 상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만약 갑자기 장애를 얻게 된다면 그 장애로 인해 얻게 될 다른 것들을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자신이 없다. 두 번째 파트인 감사에는 전쟁 때문에 다리를 잃은 열여섯 살 소녀 파투마가 자신과 똑같이 의족을 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선물이 되었다. 소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이 훌륭한 의사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희망을 얻었고, 의사는 자신의 아픔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자신의 삶에 용기를 얻었다. 상담자의 기본자세는 잘 들어주기이다. 이를 달리 보면 내담자는 단순히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를 얻을 수 있음을 뜻한다. 장애를 부족하고 모자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편하게 그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파트인 이정표에는 자청하여 장애 학생인 조슈아를 고른 선생님 제프의 이야기가 동전 던지기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제프는 조슈아의 장애가 아니라 그로 인한 반 전체의 화합을 보았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장애 학생과 같은 학급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학생을 중심으로 반 전체가 화합을 이룬다거나 하는 드라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학생들 역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대우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고맙게도 나를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이들이 꽤 있는데,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이따금씩 그 친구는 내 싸이월드 방명록에 안부 메시지를 남기곤 했고 다른 친구들은 그 점을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한 가지 미안한 점은 내가 그 친구의 장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다. 물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있던 10명가량의 장애 학생들은 모두 사랑반이라는 특수학급의 일원으로만 여겨질 뿐이었다. 만약 학기 초에 선생님이 반 전체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장애가 있고 어떻게 대하면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었다면 모두가 보다 그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또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내가 장애 학생이 있는 일반 학급을 맡게 된다면, 장애 학생의 동의하에 학급 구성원들과 그 학생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그 학생을 위해 필요한 규칙 등을 함께 정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만다의 의기양양한 행진의 주인공 아만다는 양 쪽의 길이가 다른 다리를 가졌지만 학교 행진단 입단 테스트를 위해 300여 명의 여학생들 앞에서 혼자 당당하게 행진을 하였다. 어른이 된 다음 장애를 얻게 된 화자는 그 시절 아만다가 신고 있던 한 짝의 신발이 멋지다는 말도, 아만다의 용감함을 칭찬하는 말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네 번째 파트인 장애를 딛고서에 실려 있다. 이 파트에는 아만다의 이야기 뿐 아니라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레베카의 스키 타기 성공담, 청각장애가 있음에도 댄스 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브리나아의 이야기 등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 파트의 제목인 장애를 딛고서는 사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중에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만화가 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작가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만화에서 귀머거리나 병신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그냥 귀가 안 들리는 사람, 몸에 병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이었는데 일제강점기부터 불구자’, 즉 갖추지 못한 몸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 뜻이 변하게 되었고, 그 때는 생산력이 중요하던 시기였기에 갖추지 못한 몸은 곧 욕이 되었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 작가는 언젠가 귀머거리, 앉은뱅이 같은 단어들이 원래의 뜻을 찾아서 더 이상 욕이 아니라 평범한 단어로 받아들여질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낯설어 하는 마음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태어나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며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렇게 태어나서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며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같은 사람이라는 것보다는 장애로 인해 어딘가가 다르다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그 사람들을 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이 내게 익숙하듯 그들의 일상 역시 그들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일인데 괜히 내가 나서서 그 익숙함을 불편함으로 만들어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릴 적 즐겨 보았던 미국 드라마인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는 스타즈 할로우라는 작은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젊은 미혼모 로렐라이와 성숙한 딸 로리가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은 수시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거나 크고 작은 이벤트를 함께 준비하는 등 결속력 강한 지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 인물들이 사는 곳이 미국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들이 살아가는 곳이 주는 이미지가 그 드라마 속 마을을 계속 생각나게 했다. 내가 지나치게 삭막한 풍경만을 보며 살아온 것인지는 몰라도, 다섯 번째 파트인 지역사회멋진 사랑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는 참 부럽기도 하면서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따뜻해보였다. 버드는 학습능력이 부족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그래서 그가 리무진을 타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을 때 학교 전체, 마을 전체가 버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버드의 다정함과 지역사회의 따뜻함이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따뜻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보고 싶다.

초등학교 때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동안 자신이 외동아들인줄 알고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지만 이내 자신의 편견을 극복하고 형도 자신과 똑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형제자매 없는 외동딸이라 그런지 어느 날 내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지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다. 물론 닥치지 않은 일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이든 내게도 다른 형제가 있었다면 나는 좋았을 것 같다. 여섯 번째 파트인 형제자매 간의 즐거움에 실린 믿음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동생 마크와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비롯해 여러 곳을 다친 누나 에밀리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믿음은 어떤 경우에서건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믿음은 관계의 근간이 되며 개인의 자존감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믿음은 더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 주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이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도 가족이 더 특별한 이유 역시 그 믿음 때문일 것이다. 내 가족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내 가족이 나를 믿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그 가족은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가 나 혹은 내 가족을 부당하게 대할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곱 번째 파트인 조기학습조명편에 나오는 애비의 엄마 샌드라는 훌륭한 평정심으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애비를 괴롭힘으로부터 구해냈다. 그녀는 크리스틴이 애비를 괴롭힐 때마다 친절함으로 상황을 반전시켰고 언제나 그 방법을 통해 애비를 잘 보호할 수 있었다. 사실 샌드라의 현명한 대처방법은 꼭 애비의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정심을 잃고 대응했다가 자신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지나고 보면 그렇게까지 화를 냈어야 했는지 후회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완벽하게 살아갈 수는 없더라도 샌드라의 평정심을 이따금씩 떠올릴 수 있는 현명함과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한 번에 한 가지씩만의 주인공 맥스는 자폐증이 있는데, 달걀을 특히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맥스의 엄마는 달걀 때문에 집이 엉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삶은 달걀에 얼굴을 그려 넣고 마이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때부터 맥스는 달걀을 친구처럼 소중히 다뤄서 집안이 더 이상 달걀 때문에 더러워지지 않았다. 각자에게 맞는 해결책이 다 있는 법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미 남다른 맥스에게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해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맥스의 엄마는 그런 맥스에게 꼭 맞는 방식을 찾아냈고 맥스와 엄마 모두 행복할 수 있었다. 이 파트의 테마인 조기학습은 어떻게 보면 적응하기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응한다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일이다. 적응을 하고 나면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지만 남에게는 여전히 낯선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게는 다소 낯선 일일지라도, 이야기 속 인물들은 닥친 상황에 잘 적응했고 이런 유쾌한 에피소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들에게도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었기에 조기학습, 내지는 적응하기의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적응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독립심을 키우며이다. “학교 소풍의 주인공 대릴은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해변으로의 소풍이 결정되었을 때, 대릴의 어머니는 망설였고 선생님은 참여를 만류했다. 물론 때때로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이에게 아마 큰 좌절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러웠던 것은, 해변용 휠체어를 대여해주는 그 나라였다. 6개월 정도 미국 LA근처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지냈던 적이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고 대중교통 역시 거리낌 없이 이용했다. 모든 버스는 항상 휠체어를 태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낯선 사람과도 쉽게 인사를 나누고 수다 떠는 것이 기본적인 문화차이기는 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도 처음 보는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니 그렇게 삭막할 수가 없었다. 복잡한 지하철에 전동휠체어라도 등장하면 공기는 묘하게 불편해졌다. 살기 좋은 나라에는 특별한 이유보다도 저런 사소한 배려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사실 파트를 나누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사실 모든 파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내게 안겨준 변화의 주인공 팸의 이야기도 그렇다. 팸은 시력이 현저히 약하지만 아버지는 팸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뛰어 놀 수 있도록 했고, 팸은 그런 아버지가 자신을 웃을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고 회상했다.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가르쳤다는 건 작아 보이지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은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과 걱정을 해결해주기도하기 때문이다. 팸의 이야기에는 팸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도 담겨 있었고 장애를 딛고 현실에 잘 적응하여 앞으로 살아나갈 방향을 알려준 아버지의 이정표도 담겨 있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고, 마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저 녀석 용감하네라고 말하는 선생님,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째서 스케이트 타는 것을 허락해주었는지 의아해하는 흔한 편견을 가진 의사선생님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여전히 세상의 구성원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굳이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도, 나라도, 다만 몇 명이라도 그럴 수도 있지하는 마음으로 나와 다른 그들을 바라보고 대한다면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만이라도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