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보물 같은 문장을 찾기 위해서이다.이번 책은 사실 문장 찾기는 실패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 통째로 좋아서 읽다 보면 페이지 전체가 좋고 대체 필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거든요.ㅤㅤ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운 책'.머리와 마음이 동시에 바빠지는 책이었다.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것들이 많으며 채워진 부분보다 채워나갈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김인환 교수님의 산문은 어느 분야의 지식으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았다. 나는 인문학자들을 존경하는데 그 경지에 계신 분이라고 밖엔 설명을 못하겠다.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에 그의 견해를 읽고 있으면 나까지 똑똑해지는 기분이든다. ㅤㅤ내가 뭐라고 이런 고귀한 책에(다른 말로 대체 불가) 대해 서평을 남길까 싶었지만 부족한 지식을 갈망하게 만드는 귀한 글들이었다. 또한 읽을수록 겸손해졌다.ㅤㅤ난다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장인 같은 느낌이다.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물적인 책 그 자체에도 공들인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덤불, 불로뉴의 숲> 을 표지로 채택하였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황현산 선생님과 나란히 동행하고 계시는 김인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ㅤㅤ237페이지의 절대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아주 많다(그리고 깊다). 사유(思惟)의 기쁨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조심스레 추천드려요. 결코 쉽지 않은 책 읽기지만 그만큼의, 아니 그보다 큰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ㅤㅤ톨스토이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였지만, 이제 우리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한가라고 질문해보아야 한다. 음식에 쓰레기가 있고 공장에 폐기물이 있듯이 지식에도 찌꺼기가 있다. 온갖 잡다한 정보에 휘말려 우왕좌왕하는 현대의 속물들에 저항하여, 창조적 직관을 함양하는데 기여하는 독서야말로 올바른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독서는 정직하고 관대한 생활의 한 부분이다. p35ㅤㅤ밭은 흙 고르고 씨 뿌리고 물 대고 김매고 거두는 때를 어기지 않으며 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황폐하게 된다. 마음받 일에는 희랍어로는 스콜레라고 하고, 라틴어로는 오티움이라고 하는 여유로운 긴장이 필요하다. 마음밭 일도 일이다. 일을 하려면 입품을 줄이고 손품과 발품을 늘려야 한다. 마음밭 일은 침묵 속에서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실들을 인식하는 훈련이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생각도 빗나간다. p52ㅤㅤ참이 미래시제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에는 진리의 결여라는 고통이 수반된다. P57ㅤㅤ깨달음은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상처를 견디면서 상처의 한복판을 뚫고 넘어서는 자연 치유이다.치유된 사람은 이 세상의 모순과 혼란이 파괴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된다. p65ㅤㅤ야만과 문명의 공존 또한 중세의 특징이었다. p71ㅤㅤ우리는 소유와 지식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 그것을 손에 움켜쥐고 거기에 끝까지 매달린다면 우리는 거기에 매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 그것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자기 자신을 마지막까지 보장하려 든다면 우리는 거기에 매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그것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관철해내려 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매여 있는 것이다.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p84ㅤㅤㅤㅤ사유 대상은 사유 작용과 분리될 수 없다. 의식과 대상을 분리하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성공할 수 없다. 대상은 의식에 대한 대상이고 의식은 대상에 대한 의식이다. 의식은 섬이 아니다. 의식이 자신을 넘어 작용하는 것을 지향성이라고 한다.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식이 어떤 것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의식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지각이다.지각은 운동감각을 통해 수용된 대상의 다양한 국면을 동일성으로 구성한다. 지각의 수동성과 능동성은 서로 상대방을 함축한다. 가까이 가서 보고 듣고 또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고 전후좌우를 둘러 보면서 우리가 직관하는 지각 내용은 학문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p102ㅤㅤ
#부자의언어ㅤㅤ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다. 삶의 양상은, 그러니까 현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일종의 장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지녔던 목적, 영향력,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p21ㅤㅤ매일의 단조로운 노동을 사랑하려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괴로움이 따라오기도 한다. 성공은 때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근간으로한다. p41ㅤㅤ내가 보낸 하루하루는 약간의 희생이 필요했다.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고, 그래서 후회도 없다. P57ㅤㅤ✑ 전공 때문인지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잘 읽어 나가고 있다.아빠가 아들에게 부자가 되는 인생의 비밀을 조금씩 알려주는 아주 지혜로운 책.다양한 주제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읽다 보면 부자가 되는 방법도 어렴풋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은 책예전에 어디서 보고 다이어리에 크게 적은 글귀를 책에서 조우했을 때 쾌감이란...마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반가웠다. ㅤㅤ책을 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은 욕심에 서평을 썼다 지우길 반복하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야지' 란 결론에 도달했다.워낙 좋은 책이라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ㅤㅤ작가님의 글을 보면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 얇은 셀로판테이프처럼 다 비쳐도 괜찮을까? 이런 걱정도 조금 들었지만 이내 이 모든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단단함이 멋지고 부러웠다. ㅤㅤ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어쩌면 내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주변의 이목도 많이 신경 쓰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일보단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느낌...ㅤㅤ연애 역시 수동적이라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기보단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식의 연애를 해왔다.ㅤㅤ최근 선이란 선은 모조리 밟고 싶은 이상한 상태였는데 결국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작가님이 부추긴 건 절대 아님ㅋㅋ) 마음을 다 펼쳐 놓았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고백이었고 아주 엉망진창이었고 막무가내였다. ㅤㅤ마치 처음 카드 게임을 배울 때처럼 내 패를 바닥에 펼쳐 놓고 상대방에게 "이걸 낼까요? 아님 저걸 낼까요? " 물어보는 식이였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지극히 당연한 결과)ㅤㅤ▪️모든 처음은 자연스럽고, 어설퍼서 예쁘고, 단 한번이라 먹먹하기도 하다. 처음은 자신이 처음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버린다. 처음은 가볍게 사라져서는 오래 기억된다. P76-77ㅤㅤ어설픈 내 고백은 고마움으로 마무리 지어졌고 당분간 선이란 선은 다 밟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내 감정을 떠올리며 귀여워할 수 있겠지?이 모든 소란(騷亂)이 나의 소란(巢卵)이 될 거라 믿는다.ㅤㅤ이 과정 동안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나만 이런 건 아니라는 안도를 받았다.ㅤㅤ내 밋밋한 인생에 가끔 미친 일탈도 필요하고 또 한편으론 나 때문에 그 누구도 아프거나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이미 상한 감정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ㅤㅤㅤㅤ▪️발가락을 나무뿌리처럼 만들어, 아래로 아래로 땅속에 심으세요. 흔들리지 않도록 깊게. p172 ㅤㅤ난 가끔 내가 나무였으면 하는 상상을 하는데 저 글이 좋았다. ㅤㅤ▪️그러고 보니 슬픈 건 조금씩은 아름다운 법이고, 아름다운 건 또 조금씩은 슬픈 법인가보다. P207 ㅤㅤ문장 하나하나가 다 좋아서 전부 줄 치다가는 컬러링 북이 될 거 같아서 자제하느라 애먹었어요! 작가님 해명하세요!!! 아 그리고 표지 정말 최고입니다.툴루즈 로트렉의 <침대>를 감상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처음 보자마자 반해서 잠금화면으로 설정했어요.조셉 로루쏘의<Lovers and Lautrec>이다. 김민정 편집장님께서 직접 작가님과 연락하여 표지 그림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지 더 애착이 간다. ㅤㅤ이 여운을 그대로 간직하며 #모월모일 로 넘어가야지아직도 나는 불완전하지만, 온전한 내가 되길 바라면서... ㅤㅤㅤㅤ
시미라는 중년 여성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의「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그녀의 이름을 처음 읽었을 때 왠지 시작과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타투 하나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해왔었는데 소설 속 주된 내용이 타투에 관련돼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제 사건들을 따라가며 실마리를 찾는 과정과 그 끝의 문신술사, 그리고 주인을 수호하는 타투 속 문양. 모든 것이 낯설고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면서 마치 소설 속 어느 귀퉁이에서 직접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환상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혹시 어디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ㅤㅤㅤㅤ✑생각이 많아서 바쁘시죠? p22ㅤㅤ✑흘러넘친 끝에 고갈되었으나 일상의 바닥에 들러붙은 꿈의 침전물을 목격한 어느 날, 충동적으로 몸에 새긴 샐러맨더에 대해. p40ㅤㅤ✑실재의 불꽃은 꺼졌지만, 심지마저 다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자리에 불씨는 이제 막 지펴졌을 뿐이므로. p128ㅤㅤ✑일상의 톱니바퀴는 여전히 지루하게 잘만 돌아갔다. 그렇다는 것은 사람을 지켜준다는 행위가 반드시 누군가를 해함으로써 완성되는 게 아니라, 다만 그 사람을 지지하는 버팀목 같은 것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p131
"Hum!" said Jo; “that dozy way wouldn't suit me. I've laid in a heap of books, and I'm going to improve my shining hours reading on my perch in the old apple-tree."반짝거리는 문장들 중 내 마음에 콕 들어왔음. 나는 조와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하다. 조의 순수한 마음도 어딘가는 지니고 있겠지? 작은 아씨들은 읽을 때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면 조의 말에선 멋진 조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좋은 번역이지만 가끔 원작에서 쓰인 표현이 궁금했는데 원문과 함께라서 자연스럽게 궁금증도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