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본 세월 - 4.16이 남긴 것
김민웅 외 지음 / 포이에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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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눈물과 비탄에 잠겨있다.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4천명이 넘는다. 자연이 흔들어 놓은 땅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든 꽃처럼 쓰러져버렸다. 누군가를 잃어버린다는 고통을 다른 어떤 것과 비견할 수 있을까.


꼭 1년 전이다. 이제는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름. '세월'이란 두 글자가 우리에게 남긴 시퍼런 상처와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였던 세월호 사건. 1년이 지난 지금 여러 분야에서 세월호 사건을 되돌아 보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헤아려본 세월>은 신학자, 작가, 목회자 등 11명의 기독ᆢ교인 지식인들이 세월호를 돌아보면 쓴 글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지만 사랑하는 자식, 혹은 부모 형제를 떠나보낸 뒤에는 교회에서 점점 멀어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보면 가장 위로받아야 할 곳에서 오히려 상처가 더 벌어지고 곪아갔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세월호의 아픔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어떻게 행동하고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짐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백소영씨가 '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란 글에서 제안한 공동의례를 통한 ‘세월절’ 제정이다. 아주 긴 세월동안 나라 없이 뿔뿔이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끝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수 있었던 것도 유월절이란 절기를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월절을 지킴으로 더 이상 똑같은 실수와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안티고네의 경우는 어떠한가. 죽음을 무릎쓰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했던 그녀의 용기는 세웘호 인양을 앞두고 경제적 손실을 운운하며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세상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세월호는 망각속에 가라앉고 기억 속에 인양된다'(224p)는 말처럼 슬픔의 애도를 넘어서 끝까지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이 마땅히 할 바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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