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이었다면...

암보스 문도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어쩌다보니 이번달은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들을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녀의 글은 호기심을 자극하는....잡아끄는듯한 힘이 있어서 손이 자주가는 것 같다. 중반까지의 이야기 짜임새가 나름 내 취향에 맞아서 그런듯하다.(결말은 솔직히 초중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좀 심심하단 생각이 든다.) 

처음엔 장편인 줄 알고 집어들었는데...제목인 <암보스 문도스>는 이 책에 실려있는 7편의 단편 중 하나였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대강 살펴보고 집어든게 화근(?)이었다. 단편 모음집인줄 알았으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거다. 뭔가 무심해보이는 단편보단 친절한 장편을 더 선호하는 취향 탓이다.

<식림>이나 <암보스 문도스>는 장편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글들이다. 그나마 전에 읽었던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글들이었다고 할까? 혼자서 이야기에 살을 붙여보고 여러가지 상상들을 했었던 것 같다. 단편이라서 아쉬웠다.

<독동> 
 초현실적인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마지막에 맥이 풀렸고...
 

<사랑의 섬> 
이젠 적응할 때도 된 듯 싶은데 하면서도 뭔가 미묘했다. 소설가는 왠지 고고해보이는 직업인데 이런걸 소재로 안 쓸 것 같은데 하면서 읽었다.그러고보면 일본 소설은 이쪽으론 무척이나 개방적인듯. 아직 못 찾아본건지 한국소설에서 이런 건 본 기억이 없다.

처음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아무래도 난 장편 취향인듯.) 장편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건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왜 월요일은 빨리 돌아오는 걸까? - 일상생활 속의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
롭 이스터웨이.제러미 윈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승 / 2005년 3월

학교 다닐 때 늘 생각했던게 "대체 이걸 배워서 어따 써먹어.."였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데 대체 나머지 것들은 왜 배워야하나?

수학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아파오는건 딱딱하고 어려운..수험공부의 일환으로써 수학이라는 학문을 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왜 일주일은 7일일까?
사기꾼은 어떻게 돈을 벌까?
왜 일기예보는 자주 틀리는걸까?
계단과 엘리베이터 중 어느 것이 더 빠를까?

제목만 봐선 어디가 수학이란것과 관계가 있나 싶을거다.
일상 속에서 수학을 찾는다? 학교 다닐 때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더라면..수학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은 좋아지지 않았을까싶기도하다.

수학적인 요소를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지루하고 어떻게 보면 어렵기도 하지만...이러한 흥미를 유발하는 접근방식은 좋은 것 같다.

이제부터 사랑해야겠다 우리 그림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의 대부분을 서양화 감상문을 쓰거나 서양화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보냈었다. 중학교 때는 수묵화 같은 건 그리지도 않았었고 고등학교 들어가서 겨우 한 시간인가 두시간 배웠었던 것 같다. 

언제였지?
동양화 감상을 하고 감상문을 제출해야하는데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 쩔쩔맸던 기억도 났다.
서양화는 대강 대강 써도 되었는데 이건 대강 대강이라는 것도 어떻게 잡아서 써야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김흥도 신윤복보다 고흐 렘브란트 이런 사람들이 더 익숙하니 내가 한국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우리것이 좋은것이여~라지만 너무 낯설었던 우리 그림들.

그냥 지나치며 눈으로 흝어보기가 전부였었는데...
약간의 설명을 보태니 그림 감상하기가 더 수월하고 깊은(?) 맛을 알겠다.

타인의 감상이니 나에게 100% 맞아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글쓴이의 우리그림 사랑이 와닿는 따뜻한 책.

뭐가 미안한거니?

아임 소리 마마 ㅣ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아무렇지도 않게..대체 왜? 그랬지? 싶을정도로 무차별적인 범죄. 시작부터 방화. 살인....첫 등장부터 심상치가 않다. 

이야기의 주축은 악으로 똘똘 뭉친 아이코의 범죄 행각과 출생의 비밀 이야기.
소설이니 이런 인물이 있겠지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태우고...죄책감, 망설임 이런 것도 없는 것 같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남을 질투하고 못된 짓 하는게 꼬마 아이같다.(물론 불 지르고 사람 죽이고 이런식으로 일을 크게 저질러서 문제)  

어쩌다가 이 여자는 이렇게 괴물이 되었나?
결국 누구 탓이라는걸까? 태생이 문제인건가? 얘를 그렇게 방치해놓은 엄마가 잘못인가? 아님 주변 환경이 문제인건가?

아임 소리 마마...
이 말은 대체 누굴 향해 하는걸까? 아니, 누구에게 해야 좋은걸까?
 
슬프다하면 슬프다 평할 수도 있고..
잔인하다고 하면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러나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드는 묘한 소설?

아웃.

아웃 2 ㅣ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다.

야간에 도시락 공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네 명의 여자.

갖고 있는거라곤 허영심과 빚 뿐인 구미코. 
도박과 여자에 미친 남편 때문에 괴로운 소심한(?) 야요이. 
시어머니와 속 썩이는 딸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한 요시에.
그나마 겉보기엔 가장 편안해(?) 보이는 그러나 속은 곪아터진 가정을 지탱하고 있는 마사코.

자신들 각자의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그녀들에게 일어난 살인사건.

얌전할 것 같은 야요이가 가장 큰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마사코.  

의문인 것은 마사코가 왜 야요이를 돕게 되었냐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별 거 아닌 것 마냥  '어쩌다보니....그리됐어.' 뭐 이런 느낌?  

그런데 딱히 이상하단 생각이 안드는건 왜일까?   

가정주부들의 토막살인. 그나마 이 책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남자인 사타케의 성과 폭력에 관련된 묘사 등 자극적인 요소도 책을 붙잡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나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점차 변해가는 네 여자들의 심리 묘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쉬지않고 쭉-달리면서 책을 본 것도 오랜만인듯 싶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고 할까?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이걸로 두번째 읽는건데(처음엔 잔학기) 스토리 부분은 일단 넘어가고(개인적인 추리소설 취향에는 조금 비껴가는 그녀의 글) 심리묘사 부분은 참 마음에 들게 꼼꼼하게 잘 되어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