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조선의 지존으로 서다 - 타고난 절대군주가 뿜어낸 애민의 카리스마 숙종의 진면목 이한우의 군주열전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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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숙종이 태어나기 37년 전인 인조 15년(1637년) 삼전도의 굴욕이라 불리는 사건을 언급하는 걸로 시작한다. 

광해군이 명나라와 청나라 싸움 구경을 하며 '이기는 편 우리편(?)' 저울질하고 있을 때, 광해군 노이로제(?)에 걸려있던 인조는 겨우 숨만 쉬는 명나라 편을 들었다가 청나라한테 찍혀 두들겨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왜란 때 선조가 도망을 가긴 했어도(너무 멀리, 너무 빨리 도망을 가서 문제라면 문제지만) 최소한 적장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인조는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오랑캐라고 멸시한 존재에게 무릎을 꿇었다. 임금 잘못 만나서 개죽음 당하고 고생하게 되는 백성들에 비하면 무릎 한번 꿇은게 뭔 대수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인조 입장에선 충분히 굴욕적이었을거다.

인조반정은 중종반정과 달리 명분이 상당히 약했는데, 여기에 호란으로 신하들에게 체면까지 다 구긴다. 장자인 소현세자가 석연찮게 죽고 둘째인 봉림대군이 왕위를 잇는 바람에 권위는 한번 더 삐거덕거리게 된다. 장자를 우선시하는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첫째와 둘째의 차이는 지금의 첫째 둘째와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예송문제의 출발점은 효종(봉림대군)이 장자인가 둘째인가 이 문제였다. 실질적으로는 둘째가 맞지만 왕위를 계승했으니 장자로 취급을 해줘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그런 다툼이었다. 왕권이 강했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조선이 왜란과 호란을 겪고, 선조부터 방계에서(그것도 후궁 소생의) 왕들이 나타남에 따라 왕권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본다. 숙종은 이런 상황에서 왕이 될 사람으로 태어나 왕이 된 조선왕조사에서 몇 안되는 정통성을 확보한 임금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아버지 현종이나 할아버지 효종에 비해 제약이 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숙종의 자신감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다.

tv라는게 참 무섭다. 그 동안 사극 등으로 만들어진 숙종의 이미지는 장희빈 치맛자락에 휘둘리는 어리숙한 왕에 불과했다. 솔직히 드라마에서도 장희빈이 주인공이고 숙종은 그저 들러리 수준의 임금이었을 뿐이다.

책을 통해 숙종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서 놀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의 숙종 절대군주론(?)은 과장이 좀 있는 것 같아 동의하기 힘들다. 그도 결국은 당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왕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기회가 주어지니 적절히 활용한것 뿐이다. 정치적 감각이 있는 왕이라면 모를까 절대군주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동법의 전국적 실행과 화폐 제도의 정착으로 상공업의 발달을 가져와준것이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백두산 경계비와 울릉도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서 영토문제에도 제법 신경 쓴 점, 단종과 사육신 소현세자비 등을 복권해주는 일 등 나름 업적이 있지만...

약점을 잡은 당에 대해서 여론몰이를 하고 여러차례  환국으로 싸그리 다 정리해버리는 통에 피바람이 몰아친 점이나, 속 사정이야 당파 싸움이었지만 어찌됐건 표면적으론 자신의 부인들(인현왕후, 장희빈)을 이용해서 왕권강화를 도모한 점은 그리 칭찬 받을만한 점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인물에 대한 평가는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초월해서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건 생각보다 많지 않은 탓이다. 어느 시대에 누가 평가했느냐에 따라 그 시대와 그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될테니 영원히 똑같다라고 말하긴 힘들다. 

저자의 의견에는 100% 공감하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 참고는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뭐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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