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다닐 때 다윈에 대해서 배운건, 시험용 줄긋기 문제의 보기 중 하나 정도의 수준이었다.
'진화론-다윈' 이 사실만 알면 시험문제 푸는데 지장이 없었고 선생님도 딱 이 수준으로만 가르쳐줬었다.  

서양에선 제법 높게 평가되는 인물 중 한명이 다윈인데, 우리나라에선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강한(?) 편이라..다윈이 저평가됐다는 소리를 어딘가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그가 어쩌다가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교회를 뒤집어 놓는 진화론이란 걸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탄생 200주년이라고 다윈 관련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전문적인 건 읽을 자신이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자서전을 선택했다.  

독일의 한 편집자가 편지를 보내와서 내 정신과 성격 발달에 대해 자서전을 쓰는 기분으로 가볍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 일이 내 아이들이나 손자 · 손녀들에게도 유익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제안에 흥미를 느꼈다. 할아버지가 자기 정신에 대해 쓴 짧은 글이라도 읽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흥분되겠는가. 또 그가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떻게 일했는지도 말이다. (p17) 

그래도 과학자가 쓴 책인데 조금은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다행히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이라서 그런지 술렁술렁 잘 넘어갔다. 

부유한 의사집안에서 태어난 다윈은 어릴 때부터 자연사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수집을 하고 관찰하는 걸 즐겼다. 그의 아버지와 형이 그랬던것처럼 처음엔 의과대학에 들어가지만 의대는 그와는 맞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마취제없던 시절..수술실에서 마취없이 수술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본 뒤에 더더욱 꺼리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후에 정통파들의 공격을 얼마나 심하게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한때 성직자가 될 생각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p56) 

의대를 포기하고 눈을 돌린게 성직자였다니...그의 말처럼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연사 연구를 취미생활로 하는 성직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그에게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온다. 22살 때, 피츠로이 선장의 초대로 비글호에 탑승하게 된 것이다. 비글호의 임무는 파타고나, 칠레, 페루 연안 등지의 해상지도 작성이었는데, 다윈은 5년간 비글호에서 지질학 탐사를 하면서 동식물 관찰 결과에 대한 수십권의 노트와 수많은 표본들을 수집해서 온다. 그리고 관찰한 결과를 정리하면서 하나의 이론을 발표하게 되는데 그게 잘 알려진 <종의 기원>이다.  

적어도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가 죽는 날은 관찰과 실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날이 될 것이다. (p165) 

스스로에 대해 판단해볼 때 나는 다른 사람이 앞서 간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나는 점점 자유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사랑받는 가설일지라도(나 스스로 다루는 주제마다 적어도 하나씩은 만들고야 말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사실이 나타나기만 하면 포기하기 위해서였다. (p170)

단순히 운이 좋아 비글호에 탔고 어쩌다보니 <종의 기원> 을 쓴 건 아니었다. 

다윈에게 실험과 관찰은 삶의 전부였다. 책 절반 조금 못 되는 분량으로 비글호 항해기 중 세인트 야고 섬과 갈라파고스 제도의 탐사일지가 수록되어있는데, 그 글을 읽어보면 다윈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한 세심한 관찰들이 쌓이고 쌓여 <종의 기원>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의 견해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주장을 언제든 철회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건 대단한거라고 생각한다. 다윈은 잘못된 것은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큰 파장을 몰고 올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의 이런점들은 본 받을만 하다. 

개인적으로 뒷편에 있는 비글호 항해기 수록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가볍게 읽기는 좋으나 분량이 적다보니 상세한 이야기는 없다. 다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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