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구안정에서도 흐드러진 진달래와 함께 봄이 왔을까...

징과 돌의 노래 3 - 불타는 서경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1월

드디어 3권이다,,,

돈후와 온요의 사랑이, 운의 삶이, 나란의 인생길이 어디로 어떻게 펼쳐졌을지 3권을 들고 첫장을 펴자마자 끝장으로 가려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한장한장 넘기기 위해 공을 드렸다. 책장 넘기기가 이리도 힘이 들 줄이야....

이미 1권에서 온요를 탈출 시키기 위해 제 몸에 칼을 들이 밀었던 돈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떤 상황에서 돈후는  목숨과도 같은 온요를 떼어놓아야 했을까?, 해서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상황은 누가 만들었던 걸까?

'징과 돌의 노래 3 - 불타는 서경'은 복수를 위해 붓 대신 활을 들고 전장에 나선 운의 행보를 시작으로 돈후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온요와 그런 온요를 온 마음을 다해 지키려는 돈후의 적극적인 행동들을 그린다. 온요를 사랑으로 품었으되 오롯이 누이로 받아들인 나란 또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마음을 여는 가운데 서경은 함락되고 개경파의 수장인 김부식은 천금 같은 아들, 돈후의 권리와 미래를 지키고자 아들의 뜻과는 다른 길을 걸어 대립의 끝을 보여준다.

역사 속 서경천도는 실패로 끝났음을 나는 알고 있다. 서경천도의 이상은 거대했으되 실패로 인한 책임은 일한 만큼 밥 먹고 맘 편히 자식 기르며 땅 밟고 살고자 했던 민초들의 몫으로 남아 내내 괴롭혔음도 나는 알고 있다. 해서 운곡의 선택이, 온요의 삶이, 운의 눈물이, 나란의 사랑이, 돈후의 엇갈림이, 김부식과 을지의 돈후에 대한 애정이 곱씹어진다.

1권을 펼쳤을 때 기꺼웠던 마음이 2권을 덮고, 3권을 들어 마침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도 모르게 "휴~" 숨을 뱉었다. 이 숨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인생길에서 굳건히 버틴 온요도, 마음에 담은 사랑하나를 위해 제 한 몸 바치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돈후도, 인생을 걸었으나 그 어느 것도 손 안에 움켜쥐지 못하고 그마저도 온전히 안은 운도, 세상천지 오갈 곳도 마음 둘 곳도 없어 이리저리 흔들리던 인생을 그저 지키고 싶은 의지 하나로 손을 맞잡은 나란의 몫도 아니다. 이 숨은 천금 같은 아들을 위해 그 앞에 놓인 돌을 치우고 흙을 다지고 물길에 발 디딜 징검다리 놓아 너만은 고운 길만 걷기를 바랐던 아비, 김부식의 몫이다.  

운곡은 자신의 양딸인 온요에게 말한다, "애 쓰지 마라"...

징과 돌의 노래 1, 2, 3권을 덮었다.

나는 내 맘에 눈물로 한숨으로 남은 이들을 보내는 일에 애 쓰지 않기로 했다.

서경은 불타고 내 맘은 재도 남지 않았다......

운도, 운곡도, 해월도, 을지도, 김부식마저도 눈물나게 하는 작가가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