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지 않았다. 어려운 글이 아니라 뒤라스가 느꼈던 고통, 감정들이 남아서 책을 덮고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했다.
일기인듯 일기가 아닌듯한 글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가끔 남겼던 나의 일기들이 생각났다. 감정을 쏟을때도 있었고 어떤 주제들에 대해 쓰기도 했던 나의 일기들..
글은 남겨둬야하나보다.

쓰기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아니다. 그 반대다. 쓰기는 전체를 동시에 다 이야기하기다.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의 부재를 이야기하기. 부재를 통해 있는 이야기를 이야기하기. 에스 탈라의 무도회가 롤 베 스타인을 파괴했다. 에스 탈라의 무도회가 롤 베 스타인을 세웠다. - P39
이성애는 위험하다. 두 욕망이 완전한 쌍방성에 이르기를바라게 된다. 이성애 안에는 해답이 없다. 남자와 여자는 화해할 수 없다. 그래도 새로운 사랑이 올 때마다 되풀이하는 그러한 불가능한 시도가 바로 이성애의 위대함이다. 동성애에서 사랑은 동성애 그 자체다. 동성애자가 사랑하는 연인은 자기 고향과 자기 창조와 자기 땅이다. 연인이 아니다. 동성애는 그렇다. - P48
여자는 오전 다섯 시간 동안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청소하고, 방마다 침대를 정돈하고, 자기도 씻고, 옷을 입고, 나가서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점심을 차린다. 그러고 나서 이십 분 만에 아이들을 먹이고, 야단치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주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아마도 오후 3시 반 무렵이면삼십 분 정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그런 불연속적인 시간을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는 연속성으로 만들어 내는 여자가 좋은 어머니다. 그러한 조용한 연속성은 여자들의 속성 중 하나로, 말하자면 노동이 아니라 아예 삶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탄광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조용한 연속성은 원래부터, 너무 오래전부터 존재했기에 주위 사람들에게는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남자들에게 여자의 노동은 비를 내리는 구름 혹은 구름이 만들어내는 비와 같다. 매일 잠을 자듯이 그렇게 행해지는 일이다. 남자들은 만족했고, 집 안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중세의 남자, 대혁명 시대의 남자, 1986년의 남자. 한 가지 잊었다. 여자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아들 - P59
을 아버지처럼 자라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자란 아들을은 여자를 똑같이 대한다. 여자가 죽으면 똑같이 운다. 그리고 똑같이, 그 무엇도 그 여자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 P60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미슐레의 『마녀』를 읽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서가를 채우지 않았다. 아예 치워 버렸다. 서가를 갖추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렸다. 이제 끝났다. 그 두 권의 책을 통해 나 자신의 몸과 머리를 열고, 중세의 숲속과 19세기의 공장에서 사는 나의 삶을 읽었던 듯하다. 아직까지 울프의 책을 읽은 남자를 본 적이 없다. MD 가 소설 속에서 말하듯이, 여자와 남자는 완전히 다르다. - P60
하지만 여자는 어머니로 살고 아내로 사는 내내 자신만의절망을 분비한다. 매일의 절망 속에서 자신의 왕국을 잃게 되고, 평생 동안 그럴 것이다. 젊은 시절의 갈망, 힘, 사랑이 빠져나갈 터다. 순전히 합법적으로 생겨난 상처, 스스로 받아들인바로 그 상처를 통해 흘러 나간다. 아마도, 원래 그렇다. 여자는 순교자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주를, 운동 실력을, 요리 실력을, 미덕을 발휘하는 일이 완전히 끝나면, 여자는 창밖으로던져져야 할 존재가 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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