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뒤 온갖 종류의 돌봄 일을 해 온 엄마가 늘말했다. 우리 사회는 돌봄이 중요하다고 떠들면서 돌봄 일하는 사람들은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고, 돌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남성이었다면 사회적 지위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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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민 오빠를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가난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가난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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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얇은 책이다. 그러나 소개된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짧지도 얇지도 않다.

인터뷰 내용이 조금 더 풍부했어면 어떠했을까, 공통의 문제점들을 이 사회에 던져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남는다.

양육 노동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무임금 노동이다. 몰지각한 일부 어른들이 감염 예방을 나 몰라라 하고 나다닐 때 가정 바깥에서 배우고 성장해야 할 아이 - P17

들은 오랜 기간 집에 갇혀 있었다. 원격 수업과 교대 등몫이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방치했고, 질식해가는교를 할 때 그 아이를 돌보는 책임은 오로지 양육자의양육자들을 방관했다. 접촉하고 교감하며 커나갈 기회를 놓친 아이들과 자신의 인생을 떼어내 아이들을 돌봐싶다.」온 다양한 형태의 양육자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돌아보니 여섯 명의 노동자를 만났고 공교롭게 모두여성들이었다. 상당수는 사람들이 집에서 대면,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노동자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감염병 시대에도 노동은 이어지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못하고 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여성들은 항상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었다. 기획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지만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생각한다. 여성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헌신성과는 별개로 여성은 비정규 노동, 돌봄 노동, 보조 노동, 그림자 노동에 종사하기를 강요당한다. 여성이 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절하하고, 필수적이지만 보수가 적고 고된 노동에 여성 노동자가 배치된다. 인터뷰에 응해 자신의 삶을 가르쳐 준 여섯 명의 여성노동자에게 어떤 감사를 더해도 모자랄 것이다. 모든 여성들이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잘 견뎌내기를 응원한다. - P18

 알아야 투쟁도 연대도 더 잘한다. 나는 처음부터이 한 가지 마음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라고 해서 항상옳거나 선한 사람들인 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의투쟁이 왜 정당한가?‘를 말한다. 어쩌면 이것만 말하는것 같다. 나는 우리가 왜 옳지 못한 선택을 했을까, 우리가 왜 이렇게 보잘것없을까, 우리가 왜 이토록 미워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덮어놓고 투쟁하고 연대하면, 빨리 무너지고 쉽게 주저앉는다. 알아야 미워하지 않고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알아야 실망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 알아야 저도 모르는 마음의결을 헤아려 보듬어 줄 수 있다.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누군가 이 시대를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 P19

굳이 뭔가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무언가가 되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고 또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여기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가 충분히 완성된 삶을 사는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더 보탤 것 없이모두가 완성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P48

요양보호사들은오전어르신 집에 출근했다가다시 오후어르신 집에 출근했다가또 다시 집안일을 하러출근하는 삶을 살잖아요.

늙는 게 힘든게 아니라 늙어서 산다는 게 힘들어요 - P103

육아는 중노동이에요. 아이는 공짜로 크는 게 아니고 스스로 자라지 않아요. 가르쳐 주고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해요. 아이의 성장도 보상할 수 없는데 여성의노동은 또 뭘로 보상받죠? 아이를 키우면 현재만 있어요. 시간을 갈아 넣는 일이에요. 아이가 예쁘고 화가 나고 혼란스럽죠. 이게 사는 건가, 하루하루 때우는게, 눈빛을 빛내는 애를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살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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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는 ‘낙태할 자유‘와 같은 의미지만, 다른 결이있다. 낙태죄라는 사슬을 푼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이기 전에,
자유가 없었을 때‘ 여성이 어떤 고충에 허우적거렸는지를 간과하지 말자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P198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이런 정상가족 신화와 기-승-전-엄마 책임론이 팽배한세상에서 ‘낙태‘는 개인 신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철학적 논의로 넘어가지 못한다. 고정관념을 도덕으로 포장하는 사회제도를 비판하는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여성을 사람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성별과 그에 어울리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출생률이 낮다는 이야기가 거듭되다 보면 항상 "요즘 여성들이 이기적이어서 출산을 피한다"는 식의 망언이 등장하는 것을 보라,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그리고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는 "출산 경험도없는데" 하는 식의 말을 들어야 했다. 원시적인 상상력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 P201

 그날 이후는 이전과 반드시 달라야 한다. 그 시작은 고통에공감(感)하는 일이다. 사실 공감이라는 뜻 그대로 그들과 ‘같은감정‘을 느낀다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세월호 침몰 장면을 TV로 보면서 느낀 먹먹함은 그들의 슬픔과 같을 수 없다. 내가 단식투쟁장 옆에서 폭식투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먹먹함은 그들의 회의감과 같을 수 없다. 나의 무기력감이 그들의것과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이 간격을 줄여 나가려는 노력은 내가 해야 한다. 그들이 내 눈높이로 세상을 살지 않음을 비난해서는 안 되며, 내가 그들 눈높이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더 나은‘ 공감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세월호를 붙들어야 한다. 그들이 놓고 있지않기 때문이다. 추모는 감정이 아니라 학습이다. 개인이 알아서느끼는 게 아니라 사회의 옳은 방향을 위해 지녀야 할 시민 정신이다. - P218


우리의 추모에는 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먹먹하게 누군가의 죽음을바라볼 것이고, 또 그 죽음을 조롱하는 이들을 보며 역시나 먹먹해질 것이다. 지나간 일을 왜 그렇게 붙들고 있냐는 그 생각,
추모가 밥 먹여 주냐는 그 생각,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나는 그 생각이야말로 엉터리 시스템이 가장 원하는 결과라는걸 잊어선 안 된다. 」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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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란 일상의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빈곤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얼음에 빠진사람을 구하는 노력만큼, 얼음판 두께를 탄탄하게 만드는 접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사람을 찾아내는 것보다, 최저임금을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사업주가 이를 잘 준수할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너지는‘ 사람을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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