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제주 이민 - 제주 이주자 15인 행복 인터뷰
기락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직 대형서점에서 구할 수 없고 어제 온라인서점에 얼굴을 드러냈으니 아마도 내 서평이 처음이 아닐까? 저자는 아니지만 이 책의 제작과정에 인터뷰대상자로 참여하다 보니 애정이 가는 책이다. 출장때문에 상경하게 되었는데 마침 공항에서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책을 직접 건네받게 되었다. 


책을 받아본 첫 느낌은 뭐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린 책인지라 펼쳐 내 이야기가 담긴 부분을 보고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마치 현재의 내 모든 것이 담긴 책이라 느껴졌지만 15명의 인터뷰 중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제주'와 '사람'이라는 두 가지를 이 책은 너무나 조화롭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걸으며 서울에 있는 1박 2일동안 이 책을 놓지 못했다. 처음엔 이 책의 컨셉이 "인터뷰"형식이기에 조금은 재미 없을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다. 내 이야기를 작가가 보내준 원고로 검토하고 다시 읽어보는데 확실히 내꺼라 그런지 너무 심심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범준(바람도서관 관장), 박성훈, 원은희(달마과장 만화가), 박하재홍(래퍼, 민박집 운영), 최형석(공인중개사, 제주트레킹여행사)등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관심이 가는 분들 우선으로 읽음) 읽는데 저마다의 사연과 이주과정이 모두 달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 조금 다른 사람들, 달라보이지만 엇비슷한 사람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다만 그 인생이야기를 펼쳐놓으면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

특히, 이들의 인생이야기가 재밌는 이유는 현재 도전(일이든 커뮤니티든 시작은 곧 도전이다)중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제주에서 살아가기'라는 미션에 제각기 해법을 제시한 셈인데 어찌보면 지역에 살아가기가 아니라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기'라는 주제에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여행'분야가 아니라 '자기개발'분야로 책이 나온 이유가 아닐까? 


'제주이주'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나만의 방법이 있을뿐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에 대한 '샘플'이 필요한 것이고 그 사례로서 이 책은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15명의 하나같이 다른 직업과 제주이주 과정, 생활방식등을 읽으며 '제주이주'에 관해 어떠한 모범답안이 있을것이라 생각한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쓴 '기락'이라는 작가님의 글솜씨와 안목이 보통이 아니다. 인터뷰집이라고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 쉽게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평범한 사람들인 인터뷰이의 솔직한 이야기와 매력을 동시에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이야기를 한두번 만나서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다양하게 살고 있는 15명의 사람을 '제주'라는 끈으로 묶고 작가의 시선을 인터뷰 내용 중간중간에 녹여내야 한다. 진솔한 이야기가 생생하지만 심심한 맛을 낼 수도 있는데 작가는 맛있고 감칠맛나게 '제주에 이주한 평범한 사람'이야기에 기운을 불어놓고 있는듯하다. 제주를 알고 제주에서 똑같이 이주생활을 해온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거침없이 제주이민' 1쇄 2000부를 찍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게 될까? 경기불황시기인데다가 출판시장또한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지만 내 인생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혹은 내 인생에 '제주'라는 선물이 끼어들 여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구입해도 좋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무인까페 운영자, 도서관 관장, 프리랜서, 당근케이크 가게 운영자, 공인중개사, 감귤농장 농부, 레스토랑 운영자, 만화가, 요양시설 운영자, 식품가공공장운영자, 래퍼, 제다사, 사회복지법인 운영자.. 


이토록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두 '제주' 하나만 보고 이주하였으니 설문대할망의 품은 정말 넉넉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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