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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평점 :
『숲의 인문학』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보내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는 자타공인 바쁜 일정에 시달리면서 책을 전혀 읽지 못했다. 책장을 넘기는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너무나도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낸 것 같다. 애매하게 바쁘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틈이 났을 때 거부하지 않고 쉬겠지만, 도무지 일과 일이 겹치지 않는 시간이 없었던 요즘은 나다움을 잃지 않고 생존하기 위한 ‘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 택한 방법은 여행이었다. 이삼일 가량의 여행 일정만큼이나 또 나의 할 일은 밀리겠지만, 여행이라는 일정이라도 미리 잡아두어야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작업으로부터 잠깐이나마 나를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던 여행 일정이었지만 여행을 통해 억지로라도 현생의 나를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누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행이 필요한 걸 알기 때문인지 휴일의 이유를 ‘여행’이라 말했을 때 막지 않았다.
도시에서 일한 내게 ‘숲’이란 그런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숲에 가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도시에서 이토록 바쁜 삶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라면 숲과, 숲에 관한 인문학이 주는 의미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여 오랜만에 서평 도서를 받아 보았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배송된 도서를 받아 보고선 특유의 한지 같은 질감의 표지와 그에 얹어진 초록색의 숲 그림은 그 자체로 위안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내용은 기대한 것과 다소 달랐다. ‘숲’과 ‘인문학’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숲’과 ‘인문학’이 따로따로 놀았던 것 같다. 소재뿐만 아니라 글 전반에 대한 일관성이 없었는데 특히 ‘숲’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난감할 지경이었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숲에 대한 단순 정보를 억지로 나열하면서 4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출판하기보다는 분량이 적더라도 이번 책의 주제와 어울리는 유의미한 부분만 짜임새 있게 풀어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흥미로운 부분은 발견되었는데 예를 들면 ‘이집트 문명은 숲이 없어서 살아남았다(258쪽)’는 내용이다. 해당 차례에서 숲이 있는 지역의 인문학과 이집트 문명의 인문학을 비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숲이라는 공간과 그것이 인문학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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