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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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옳은 말만 하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것을 현실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일을 말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다. 옳은 말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옳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왜 세상을 어렵게 사는지, 쉽게 가는 방법을 두고 왜 어렵게 가냐고 흔든다. [이 인간이 정말]이라는 이야기꾼 성석제님의 단편소설집은 8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았다. 특히 가장 뼈가 있었던 것은 '론도'와 책의 동제인 '이 인간이 정말'이었다. 이 두 단편을 중점으로 리뷰를 적어 내려가고자 한다.


[이 인간이 정말]의 첫 페이지를 채운 작품은 '론도'이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도 안 보고 첫장을 넘어갔다. 일상적인 주차장 사건들을 몇 가지 이어놓은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말하는데 신기한 것은 Cantabile(노래하듯이), Marcato(똑똑히 힘주어) 와 같은 음악 용어들이 중간중간에 있다는 것이다. 특이한 형식에 흥미를 느꼈다. 글로 되어 있지만 극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읽다가 밑에 작은 글씨로 이 단편의 제목을 보았다. 론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책을 읽다가 초록창에 찾아보았다. 하나의 주제가 다른 여러 개의 주제와 섞여서 등장하는 특징을 가진 악곡 형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론도 [rondo] (용어해설) 용어 해설을 보고 나서 무릎을 탁쳤다. 몇 가지의 주차장에서의 사건들이지만 작가 성석제님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하나이구나!

첫 사고는 한 노인과의 접촉사고였다. '서양식의 뺨인사'라고 표현한 그가 미소를 짓게 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노인 어르신은 젊은이에게 면박을 준다. 아니, 억지를 부린다. 보청기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 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말이다. 그 억지를 계속해서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던 젊은이. 하지만 주변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쉽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경찰관과 주변 사람들은 사소하게 법을 어기는 방법과 지출을 막는, 작은 사기의 방법을 알려주며 젊은이를 막고자 한다.

두 번째 사고는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사고이다. 가만히 주차된 차를 박았으니 상대방이 변상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점잖게 생긴 분들이 보험사기를 치려는 것이었다. 이를 처리하는 경찰관들은 당신에게는 피해가 없을 거라면서 조서를 써서 지장을 찍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는 씁쓸하면서 뼈가 있었다.

"만날 되풀이되는 일인데요. 돌아가면 또 돌아오고 돌아가면 또 돌아와요. 선생님은 끝인지 몰라도" -p36

이 단편의 제목과 맞아 떨어졌다. 바르게 해결하고 싶었던 젊은이. 하지만 세상은 되풀이되듯 물 흐르듯 쉽게 넘기려고만 한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이런 사실적인 과정들이 드러나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과 동제의 단편인 '이 인간이 정말'은 맞선자리에서의 이야기이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가식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첫인사를 마친다. 메뉴를 정하고 나서부터는 일상적인 서로의 대화보다는 코스 메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남자의 이야기에는 엄청난 사회적인 이슈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소고기의 마블링과 와규, 새우,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우유 이야기까지 피폐한 이야기들을 하며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맞는 말이라 무섭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식탁에 올라온 재료들 하나하나 바라보면 우리는 먹을 것이 하나 없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유전자 변형 곡식들, 송아지와 낳은 어미소의 이별로 시작하는 우유 등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아니 적은 투입으로 많은 것을 생산해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으로 우리의 세상은 병들어 가고 있음을 그는 상세하게 표현해주었다. 호텔 코스 요리의 재료 하나하나를 집어가며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와 이 단편을 끝내는 여자의 한 대사는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좀 해라."

물론 이 이야기들을 맞선자리에서 주고받기에는 불편한 진실이기는 하다. 맞선자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이지,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불편해한다. 어쩌면 친해진 후에, 결혼한 후에라도 이 남자처럼 이렇게 얘기했다면 숟가락으로 맞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맞서기 보다는 피하려고 한다. 차라리 몰라서 이득이 된다고, 그게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편을 읽고 이 책의 그림을 보니 재미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프리즘으로 자신의 오색빛깔 무지개를 표현하지만,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서로 마주보는 모습은 이 단편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성석제님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투명인간]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읽은 적이 있었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어보니 성석제 작가님의 펜이라는 프리즘을 통한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의 작품으로 읽어보고 싶다. 다양한 작품들 기대하는 독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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