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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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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직업 에세이를 종종 찾아 읽곤 한다. 한 사람이 쓴 직업 에세이가 그 직업을 대표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읽는 이유는 책을 통해 일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만나고 싶어서다. 예능 PD가 쓴 직업 에세이 <직면하는 마음>을 읽게 된 이유도 비슷한 이유에서 였는데, TV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진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저자는 어떤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얻는 대신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를 만났다.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않고 내가 속한 버블 바깥의 삶에 스위치를 켜 두는 것. 기존의 것과 차별점이 되어줄 작은 디테일을 찾으려면 성실하고 꾸준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오늘도 배웠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길러진 마음 체력만 있다면 어떤 플랫폼 안에서도 자기만의 시선과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포기하고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는 것은 결국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단단하게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60’
책을 읽고 나니 권성민 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이 보고 싶어졌다. 그가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남겨둔 가치는 무엇인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마음껏 상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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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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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소비의 핵심은 ‘이미지’다. 인스타그래머블 이미지는 단지 세련되고 특이한 비주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p.206’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9가지 주제로 연결된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중독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 현실을 작가 스스로 사용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비평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다룬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좋아요’ 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자신을 보며 삶에서 무언가 본질적이고 진실한 것들을 끊임없이 놓치고 있다는 서늘함을 느꼈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개인에 대한 브랜딩이 중요해진 사회에서 플랫폼은 사적인 영역을 한참 벗어나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전시하는 공적 공간이 되었다.

나는 나에 대한 사용자이자 노동자라는 책의 표현을 빌리면 노동자의 신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심미 노동은 스타일 시장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데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과 정체성 소비를 촉진하는 브랜드가 만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을 도왔다.

스스로 브랜드 계정을 태그함으로써 ‘걸어 다니는 광고물’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 그들이 생산하는 이미지를 재확산하면서 이익을 얻는 브랜드. 견고하게 짜여진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가 가진 여러 이미지 중 선택적으로 보여준 몇 개의 이미지가 자신을 증명해준다고 믿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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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미유 클로델 -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이운진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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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카미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에서의 헌신이 최고 미덕이었던 19세기에 조각가로 인정받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분투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여성이라는 사실만이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던 프랑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예술가들의 집결지인 파리에서 카미유가 로댕을 만나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젊은 여성이라는 세간의 시선 앞에 당당히 조각가로서 인정받고자 했던 카미유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이미 조각가로서 명성을 가진 로댕과의 대화에서도 물러섬 없이 당당했다. 카미유의 빛나는 눈을, 조각을 향한 열정을 그녀의 작품 속 분출하는 에너지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카미유에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로댕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미유와 로댕은 수많은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완성한 작품은 로댕의 이름으로만 남겨졌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카미유가 작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둘은 한 몸이 되어 조각상을 완성했다. 카미유는 로댕을 존경했지만, 로댕의 아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로댕의 작품을 작업하면서도 각종 살롱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 이유다. 카미유의 조각상은 로댕의 조각상보다 부드럽고 유연했다. 또한 그녀의 작품에는 “금지된 꿈으로 가득 찬 내면을 최초로 표현한 조각가”라고 칭할 정도로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만의 에너지가 있었다.

로댕은 카미유의 영혼을 탐미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자 했지만, 카미유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약속도 앞으로 어떤 여성도 모델로 세우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로댕은 서서히 멀어졌고 카미유는 영혼에 상처를 입었다. 카미유가 임신했었다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그녀가 잠시 떠나 있었던 것과 사진을 통해 추측할 뿐이다. 연인의 배반은 카미유가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영혼의 숲길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로댕과의 이별 후 둘을 둘러싼 추문에 로댕은 침묵했고 카미유는 직접 맞섰다. 늙은 여인이 나이 든 남자를 끌고 가고 그 뒤로 젊은 여자가 무릎을 꿇고 매달리는 모습이 담긴 조각상 <성숙의 시대>는 로댕과 카미유의 관계를 설명하는 작품이었다. 카미유가 증언의 방식으로 선택한 조각은 결국 그녀를 더 큰 고통 속으로 끌고 갔지만 <성숙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세상이 그녀를 기억할 수 있었을까.

‘예술이 자기 자신의 비밀에 맞설 때 가장 활기차고 위험해질 것임을 카미유는 알고 있었다. <성숙의 시대>는 바로 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욕망과 질투, 상실과 배신 사이에서 그녀의 연약한 삶이 찢기고 있음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과 운명에 대해 여러 겹의 의미와 질문을 던지는 조각상은 보이는 그대로의 그녀 인생을 대변했다. ‘이 작품은 로댕 당신이 나를 기억하도록 나중까지 남겨질 가장 확실한 것이 되겠죠.’ 그녀는 이 작품이 삶에서도 사랑에서도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p.66)’

카미유는 로댕과의 관계가 끝난 후 서서히 영혼의 빛을 잃어 갔다. 그녀가 조각으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고 그녀의 어머니에게까지 외면받았다. 어머니는 카미유로 인해 작은딸에게 해가 미칠까 염려했고 카미유를 아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를 정신병원에 수감시켰다. 그녀가 쓴 편지는 병원 밖을 나서지 못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카미유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멀어졌다.

카미유는 병원에서 절대로 오지 않을 이들을 기다렸다. 로댕을 기다렸고 동생 폴 클로델을 기다렸고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너에게 닥친 모든 불행은 어쩌다 보니 일어난 일일 뿐이라고. 그러니 너의 책임이 아니라고….’ 가만히 등을 쓸어 줄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렸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카미유가 오랜 시간 기다렸던 어머니가 한 번이라도 그녀를 안아 줬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면서 세상과 멀어지지 않았을 텐데. 어떤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가슴을 맞대고 믿어줄” 이가 있었다면 그녀의 삶과 사랑, 예술은 멈추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지 않았을까.

시인의 눈으로 해석한 카미유 클로델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 같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리고 아파서 그녀가 느낀 고통의 감정이 내게도 밀려오는 듯하다. 카미유 클로델의 생애를 읽으면서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이 생각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가져다준 교통사고보다 남편을 만나게 된 게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던 프리다 칼로, ‘여자도 사람이외다’를 외쳤지만 가족과 철저히 고립된 채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나혜석, 빈 껍데기만 남은 채 영혼은 이미 꺼져버린 카미유 클로델. 정신병원에서 사망해 지금은 어디에 묻혔는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만, 긴 세월이 흘러 그녀의 생애와 작품을 다시 조명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시인은 ‘어떤 것이든 진실하게 창조된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공통된 감정 상태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첫 번째 슬픔을 나눈 사이. 카미유 클로델의 첫 번째 슬픔을 시인의 눈을 통해 만났고 나에게도 그녀가 느꼈을 깊은 슬픔과 고통이 새겨졌다. <성숙의 시대>, <애원하는 여인>보다 벽난로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조각된 <벽난로가에서의 꿈>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녀의 지친 내면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내면 아이가 느껴져서 일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그리워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그녀의 슬픔을 나눠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슬픔의 총량이 아무리 무거울 지라도 그것을 나눠가진 이들이 많아지면 슬픔의 무게는 가벼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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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 국선변호사 사건 일지
신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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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기 전에 드라마 법률 자문을 맡은 신민영 변호사의 국선변호사 사건일지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를 먼저 읽었다. 이미 방영된 1화와 3화의 사건을 책에서 먼저 접했고 드라마에서는 사건 내용을 일부 각색했지만, 형법에 대한 이해를 선행한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면서 왜 의무교육 과정에서 법을 알려주지 않는지 아쉬워한 신민영 변호사의 생각에 크게 공감했다.

법원에 가야 할 정도로 사건이 벌어진 적은 없지만 내게도 경찰서에 가 피해를 호소했던 일이 있었다. 그중 한 번은 누구나 한번은 겪을 법한 중고 거래 사기였는데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봤다는 중년 남성이 연락을 취해와 사기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으니 함께 잡으러 가자고, 아직 나이가 어리니 원양어선에 팔아넘기면 제법 큰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함께 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복학생이던 나보다 더 어린 젊은 청년의 몸값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소리에 놀라 거절했는데, 만약 그때 내가 그 남성을 만났거나 내 신상정보를 말했다면 중고 거래 피해보다 더 큰 일이 내게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중고 거래 사기는 경찰에 신고한 지 1년이 지난 뒤에 수배 중이던 가해자가 붙잡히면서 피해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책을 읽으면서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의 차이도 잘 모르던 내가 법률 용어를 이해하게 되고 법이 가진 한계와 해석의 차이, 정당방위가 성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법을 몰라서 누군가는 법을 잘 알아서 손해를 보기도 하고 법망을 피해 이익을 얻기도 한다는 것과 변호인조차 미처 인식하지 못한 법 조항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법을 공부한 사람에게도 난해할 때가 많은 법이지만 법을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살면서 꼭 필요한 법 지식만큼은 알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처럼 ‘형법 에세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사건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면 적어도 몰라서 억울한 일을 겪는 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더 많은 대중이 보는 드라마에서 법률 자문을 꼼꼼하게 거친 에피소드가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법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피해자와 연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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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 - 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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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은 ‘우세한 눈’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세한 눈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타인과 나의 우세한 눈은 어느쪽인지 발견하게 한다.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부르는 주제라 각 챕터별로 천천히 활자를 따라가며 며칠 동안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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