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시(The Push) - 내 것이 아닌 아이는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로 캐나다 작가가 출산과 육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 애슐리 오드레인의 첫 번째 소설이다. 그녀는 소설에서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어둡게 묘사하는데 소설가이자두 아이의 어머니기도 한 그녀가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는 틸다 스윈튼이 싸이코패스 같은 아들을 키우는 엄마 역할을 한다. 자유롭게 살던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혐오스러운 아들을 낳는다. 그녀가 아이를 원치 않았던 것을 아들이 알았기 때문에 아들이 이상해진 건지, 원래 그녀의 아들이 악마의 씨를 품고 태어난 것인지 헷갈면서 물음표를 주는 좋은 영화였다.

소설 ‘푸시’에서도 주인공 ‘블라이스’는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그녀의 외할머니 에타, 그녀의 어머니 세실리아 모두 딸에게 좋은 어머니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성은 자식에 대해 완전히 희생적이고 선한 것어야만 한다고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엄마는 계모야.’ ‘우리 엄마가 결혼은 절대 하지 말래.’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도 신이 아니라 인간인데,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공 블라이스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종류의 모성이 있는지 모르는 채 희생적인 모성을 강요하는 남자와 자신의 모습을 속여 가며 결혼한 것이다. 엄마와의 관계가 불행했던 그녀는 완벽하게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의 남편 폭스에 비해 스스로를 열등하게 여겼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딸 바이올렛과의 관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자기에게 좋은 어머니가 되기를 끊임 없이 바랐던 그녀의 남편 폭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그에게 블라이스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을 테니까. 블라이스와 딸 바이올렛의 관계는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녀는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왜 그녀의 딸은 그것을 거부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면 딸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도 결국 블라이스의 망상인 것일까.

세상에는 꼭 결혼을 해야 하는지,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여성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고 있는 여성들에게 사회가 가하는 압력도 상당히 큰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20대에는 결혼과 육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서른이 되고부터 여기 저기서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내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어머니상을 강요하는 것이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솔직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출산과 육아가 누구에게나 축복이고 기쁨인 것은 아니다. 사회는 그러한 여성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 스스로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