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0
이창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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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나 박하사탕, 그리고 오아시스에 이르는 영화를 우선 접하고 이창동을 알았는데,

8,90년대를 교조적이고 도식적인 의식 속에서 빠져살던 내게 뭔가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영화를 만들기전 80년대에 쓴 그의 소설집 "소지"는 오랜만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 전 그의 단편 몇편을 보면서, 그 소설의 주인공들은 정식화된 전형들이 아니라, 그 전형들의 의도된 삶 속에서 빗나가거나 빗겨서있거나 피해를 보거나 또는 비겁하거나 명분 또는 대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리지만 현실의 무게를 모두 지고 가야하는 사람들....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제일 약자인 자들이 그의 소설의 주인공이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민중이나 계급을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삶으로부터는 괴리되어 목소리와 명분은 있되 현실은 뒷전이었던 과거의 운동의 폐혜 속에서 그의 소설은  뒤죽박죽인 현실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현실이 답이라고 말하는듯 어떤 환상 또는 꿈을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것이 그 현실이 다시 출발점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어쨌든 그의 글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살아있는 것은, 그 현실에 충실했던 그의 눈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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