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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 ㅣ 유유 서양고전강의 4
박상익 지음 / 유유 / 2016년 9월
평점 :
이 책은 히브리 민족의 형성 과정을 통해 오리엔트 지방의 지정학적 특성, 보편종교와 민족종교의 차이점, 히브리 종교가 역사적 종교로 불리는 이유, 계약종교의 성격을 설명한다. 더불어 구약성경의 히브리 예언자들이 그들의 시대와 사회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들이 동족에게 주려 한 핵심 메시지가 ‘정의’였음을 밝힌다.
성경의 예언자들은 도덕적 행위의 옳고 그름에 따라 미래의 일을 선포한다는 점에서 점쟁이들과 구분된다. 예언자들은 현재의 도덕적 행위와 미래의 운명이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본다. 저자는 도덕적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에게 남는 것은 이기주의와 허무주의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도덕은 절대자의 존재를 전제할 때 기능하며, 구약 예언자들의 활동 역시 역사를 주관하는 신의 도덕적 질서에 대한 확고한 믿음 가운데서 행해진다고 말한다.
히브리인의 도덕관념과 정치사상은 근대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헬레니즘과 더불어 서양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헤브라이즘은 그리스도교의 구약과 신약을 중심으로 태동한 사상이다. 헤브라이즘은 정의의 가치가, 헬레니즘은 자유로운 탐구의 가치가 구현되어 있다.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오리엔트의 헤브라이즘을 포용하여 융합한 로마는 고대 서양 사상의 뿌리를 이루었고 이는 근대 국가로 이어진다. 알다시피 근대의 패권은 서양에 있었고 근대 세계는 서양의 지배에 따르게 된다.
현대의 패권은 다시 이동중이다. 유럽의 패권은 미국으로 이어졌고 일본과 중국은 그 패권을 넘보고 있다. 우리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서 거대한 흐름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헤브라이즘은 세계 패권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변화에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헤브라이즘을 공부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역사적 공동체로서 자의식을 갖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은 출애굽 사건(이집트 탈출 사건)이다. 이는 자연종교에서 역사종교로의 수직적 비약을 가져왔다. 출애굽 이후 신학적 반성을 한 후에야 출애굽 사건 이전에 있었던 첫 히브리 사람인 아브라함에게서 그들의 역사적 기원을 찾았고,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으로 이주한 이야기에서 그들의 선민된 자격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이 그토록 정성껏 기념한 사실은, 신이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탈출시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구원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구약에서 출애굽은 철저히 신적인 사건이었다. 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역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약속의 땅(팔레스타인)으로 이끈 신의 위대한 행위를 도저히 잊을 수 없어서 ‘자연신’이 아닌 ‘역사신’ 에게 자신을 바치게 된다. 그들에게 경이롭고 의미심장한 어떤 사건이 생겼다면 그것은 그 사건이 자연법칙을 깨뜨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신이 임재하고 활동하고 있음이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히브리 민족은 그들의 기원이 광야에 있음을 분명히 각인하고 있다. 사실 이집트 탈출 당시 모세를 따라나선 이들 중에는 다른 여러 민족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만큼의 소속감도 없었으나 시내 반도의 광야 시대를 통해 야훼의 백성으로 거듭나게 된다. 공동체 구성의 핵심은 아브라함과 하나님이 맺은 계약(창세기)이다. 이 계약은 독특한 사상으로 ‘특별한 은총에 기인한 순종의 언약’에는 역사상 최초로 윤리적 하나님의 존재가 암시되어 있다. 초기 이스라엘의 부족사회는 야훼와의 계약으로 생겨났고, 그 계약에 의한 결속으로 존속할 수 있었다. 야훼와 인간이 관계를 맺은 것은 어디까지나 야훼의 계획에 의해서였다. 간단히 말해 이스라엘은 야훼에게 은혜를 입은 것이며, 야훼가 베푼 구원이야말로 그들의 복종의 근거가 되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계약 신앙을 바탕으로 사막 생활을 하던 중 중대한 사실을 깨우친다. 야훼는 이러한 시련을 통해 백성을 훈련시켜 역사적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상들이 모여 그리스도교의 토대가 된다. 이로써 광야 시대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들이 마땅히 돌이켜야 할 황금시대가 되었으며, 그들의 현재 모습을 비춰 주는 거울과도 같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예언자들 중 아모스와 호세아는 상반된 태도로 야훼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 아모스 <정의의 예언자>
– 예언 내용을 성경의 독립된 한 책으로 만든 것은 아모스가 처음
- 대담한 인물
- 이스라엘 신의 윤리적 성격을 처음으로 부각시킨 예언자(야훼는 정의의 신이다)
- 야훼의 권능은 해가 선인이나 악인을 가리지 않고 비추듯이 보편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따라서 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아모스에게 부정은 단순한 도덕률 위반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의로운 신에 대한 범죄 행위다. 정의로운 행위는 그 자체로 야훼에 대한 참다운 예배의 일부. 신은 우리에게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정의를 행할 것을 요구한다.
- 히브리 종교는 이렇게 종교와 윤리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 호세아 <사랑의 예언자>
- 깊은 사랑과 온화한 시인 기질을 가진 인물
- 다정하고 자애로운 아버지로서의 ‘야훼’를 주장
- 헤세드(사랑관계에서 기대되는 충성, 헌신, 친절, 경건, 은혜, 신실 등을 뜻함)야말로 야훼에 대한 인간의 올바른 태도를 표현해 주며, 그것이 정의와 더불어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의 핵심이라고 생각
- 야훼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도덕적 의무로 결합된 사랑 관계. 종교에서 도덕을 끌어냈다.
이외에도 미가, 스바냐, 나훔, 하박국, 스가랴, 학개, 오바댜, 말라기, 요엘, 요나 등 많은 예언자들이 각기 다른 위치와 시대 상황 속에서 그들의 정의를 주장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예언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요점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가령 아모스는 종교적 형식을 타파하고 본질인 신실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말라기는 종교적 형식이 깨어진 현실을 비판하며 형식의 재건을 주장한다.
구약은 이렇게 히브리 민족의 탄생과 신앙의 발전을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며 마무리된다. 신약은 그렇게 예언대로 탄생하신 그리스도와 기독 신앙의 발전을 담고 있다. 구약은 자연종교에서 역사종교로의 수직적 비약을 보여준다면 신약은 소수종교에서 보편종교로의 수평적 비약을 보여준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야훼의 정의를 내세워 시대를 비판하고 심판을 예언한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정의 사상과 종교 형식은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은 영원하며 절대적이다. 수많은 교인들을 유혹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단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구약 예언자들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