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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사이에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112
김화요 지음, 오윤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평점 :
내가 모르는 사이에
김화요 글
오윤화 그림
웅진주니어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하나의 사건을 놓고 세 인물의 마음과 상황, 미묘한 관계를 가깝고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진진한 동화였다. 책장을 펼친 순간 거침없는 속도로 이야기 끝까지 달려갔다. 도둑에 대한 궁금함과 인물들의 마음 한켠의 응어리진 자리가 마음에 걸려 조마조마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책 표지와 제목, 차례부터 호기심과 몰입감 가득했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선의 인물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과 사건에 대한 긴장감, 인물의 이름인 각장의 제목에서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각자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내가 모르는 사이에>의 중심 서사는 강주목의 생일파티 후 엄마의 지갑이 사라지며 고효민이 도둑으로 의심받는 상황과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장의 제목이자 인물의 이름이기도 한 고효민, 임수현, 강주목이 자신들의 깊숙이 넣어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인물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효민은 달동네에 살지만 배려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기 많은 친구이다. 그런데 강주목의 생일파티 후, 잃어버린 지갑이 내별마을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지갑 도둑으로 몰린다. 순식간에 의심은 기정사실이 되며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까지 받지만 끝내 도둑에 대해 함구한다.
임수현은 내별마을에 살다 아파트로 떠났던 고효민의 친구이다. 가정형편으로 다시 내별마을로 돌아온 후 따끔거리는 상처를 웅크린 채 살아간다. 지갑을 훔치고 마지막에 지갑을 훔친 사실을 밝힐 때까지, 가난한 현실 앞에 아이가 느꼈을 감정들이 오롯이 와닿아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강주목,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 자녀지만 내별마을에 살면서 긍정적이며 리더십에 배려심 좋은 고효민에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진정 고효민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인정한다.



표면적으론 지갑사건의 도둑찾기지만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의미하였다. 살다보니 보이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견고해진다.
그런데 이 동화는 내가 아는 친구의 속마음이나 이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을 들여다보는 방법에 질문을 던진다. 타인을 바라볼 때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된다. <작가의 말>이 전하는 울림이 정말 좋아 몇 번을 되새겨본다.
---내별마을은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학교 뒤쪽의 달동네다. 저기가 빨리 개발되어야 동네가 깨끗해진다고, 아파트 단지의 어른들이 자주 화제를 삼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내별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모두 지저분하고, 우울하고, 어두울 거라고 생각했다.(73쪽)
---균형이 맞지 않는 비밀은 결국 깨질 수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친구 관계라는 건 균형 위에서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 균형이란 얼마나 부서지기 쉽고 얄팍한 것인지.(54쪽)
--의심과 악의는 손쉽게 전염된다. 그것은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공식.(65쪽)
---고효민이 두르고 빛나고 긍정적인 이미지들은 그날 이후 무참하게 산산조각 났다. 아이들은 고효민이 마치 자신들의 지갑을 훔친 것처럼 분노했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누가 고효민에게 어떤 잔인한 짓을 해도 정당화되었다.(85쪽)
최신 아파트와 달동네라는 공간적인 배경과 사건 역시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 같아서 생각이 깊어졌다. 의심이 부른 누명이었지만 폭력, 왕따 문제부터 빈부차이에 대한 시선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이들은 오롯이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하는데 잘 산다는 이유로, 달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삶의 등급이 결정되는 은연 중의 시선과 현실에 어른으로서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다.
친구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지점이 많았다.
본인이 도둑이라는 진실을 밝힌 친구, 비밀을 함구하며 친구를 배려한 친구, 자신의 진짜 마음을 인정했던 친구의 모습에서 이해하는 마음, 갈등 해결 방법, 용기있는 태도 등 필요한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동화책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공감이 되는 모두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