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에서 배유정 작가의 새 그림책 <밤버스>가 나왔다.
그림책 <밤버스>는 여행길에 나선 여행자의 내면과 생각들을 담고 있어 아주 흥미로웠다.

첫 장면은 여행자가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고 버스 정류장에 막 도착한 것으로 시작한다. 도로 위에 버스는 금방이라도 떠날 것처럼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있다. 승객들도 자리에 앉아 버스가 떠날 시간을 기다린다.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혼자서도 괜찮을까?
짐이 많지는 않을까? 뭔가 빠뜨린 것은 아닐까?
길을 잃어버리거나 의사소통이 안 되면 어쩌지?
먹을거리와 숙소는? 여행지에서의 새 친구는?
하지만 여행자의 생각 가득 밀려오는 질문들은 그림책장을 넘기고 이어가며 끝없이 펼쳐진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여행자가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염려가 될 무렵, 그 사이 버스는 떠난다. 가늠할 수 없는 전개에서 만난 뜻밖의 반전이었다. 여행자의 똥그래진 놀란 눈동자만큼 아들과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림책 <밤버스>에서는 그러면서 진정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고민이 또다시 이어진다.
<밤버스> 그림책은 특히 그림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하려면 실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그림책의 여행자도 여행에 앞서 수많은 고민과 갈등, 선택을 한다. 지금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혼자서도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등등의 고민을 그림책 장면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고민과 갈등이 문장으로 쓰면 짧은 한 줄에 머물지만 그림책에선 의식의 이미지, 생각의 공간으로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색다르고 멋있었다. 처음엔 여행의 과정인가 했다가 감정, 생각들을 표현하는 그림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복잡미묘했던 생각과 감정이 추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 안에서 섬세하게 살아났다. 마치 머릿속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마음의 길을 두서없이 달려가는 것을 자세히 보여준 느낌이다. 그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생각의 결들, 느낌의 경험이었다.
함께 읽은 아들에겐 어렵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아들 : 나는 뭘 먹고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몰라 누가 정해주면 좋겠다는 장면이 제일 좋았어. 길이 이어지고 교통표지판이 많이 나오는데 정말 어디로 갈지 정말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