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는 숙제를 하려고 본 다큐멘터리에서 옥련이가 한눈에 귀가 잘린 반달가슴곰을 알아보며 북한 개마고원에서 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마고원의 봄 5월에 옥련이는 곰굴에서 바싹 마른 아기곰을 만났다. 홀로 남겨진 아기 곰이 안타까워 할머니의 도움으로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핀다.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에 옥련이와 아기곰 봄이는 마음으로 의지하며 함께 성장한다.

옥련이와 여름이, 봄이는 어디를 가도 늘 함께였다. 분홍 진달래 이불을 깔아놓은 들판을 달리고 잎갈나무 숲에서 함께 놀았다.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한바탕 소나기를 맞기도 하고 뱀딸기, 나무딸기, 매저지를 따먹으며 행복하고 따스한 시간을 보낸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에서 옥련이와 여름이, 봄이 사이에 두터워지는 우정과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가 있었다. 덕분에 아들과 내 마음도 행복해졌다.
특히 동화책을 읽으면서 펼쳐진 북한의 풍경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곰딸기가 불긋불긋 돋은 풍경, 청정의 계곡의 물빛들, 계절별로 색을 달리하는 자연이 마음을 청안하게 해주었다.

가을걷이와 겨울준비로 바쁜 시절이 돌아왔고 연이은 시련도 함께 찾아왔다. 숲에서 함께 곰딸기를 따며 놀다가 사냥꾼들의 총에 여름이가 죽는다. 땔감도 모두 도둑맞고 홍포수 아저씨네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듬해 봄,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지만 가장 큰 시련은 옥련이가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옥련이는 봄이를 꼭 끌어안고 죽지말자는 약속과 함께 마음 아픈 이별을 한다.
“키가 아무리 작아도 나무는 나무고 키가 아무리 커도 풀은 풀이지비. 이거이 담자리꽃나무인데, 사람이얼어 죽는 한겨울에도 죽지를 않는다. 눈 속에 파묻혀도 푸른 잎을 간직하는 당당한 나무라이 말이다. 비결이 뭔 줄 아네?”
“이놈 몸속에 말이다. 얼지 않는 물이 흐른다. 사람으로 치면 얼지 않는 피가 흐른단 말이다. 피가 얼지 않으니까 다른 키 나무가 다 얼어 죽어도 이놈은 산다.”(82쪽)

숙제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금주와 옥련이는 ‘통일이 되면’ 놀이를 했다.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서로 하나씩 번걸아가며 말하는 놀이였다. 통일이 되면 개마고원에 가서 할머니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맛난 것도 먹고 등등 아이들의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소망을 한 가지씩 읽다가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가 오면 할 일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 그리움들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렇게 간절한 옥련이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어서 이루어지길 바라며 마음 모아 응원했다.
“옥련이래 아무 걱정마라, 언젠가는 통일이 될 기야. 통일만 되면 우리 다 만날 수 있겠지비.”(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