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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다 ㅣ 인생그림책 6
장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9월
평점 :
피어나다
장현정
길벗어린이

장현정 그림책 작가님의 세 번째 책 『피어나다』가 출간되었다. ‘피어나다’라는 그윽한 제목과 심플하게 구성된 책표지가 마음을 움찔움찔하게 한다. 전작에서 매미, 개구리의 성장과정과 깨달음을 마주하며 마음 한켠에 큰 울림을 받았던 터라, 그 느낌적인 느낌이 왔던 것이다.
# 다시 한번 매미의 시간을 생각하며
이 그림책은 땅속에서 7년의 기다림을 보내고 땅 위로 올라와 우화하여 누구보다 뜨겁게 지상에서의 생을 살아가는 매미의 시간을 담고 있다.
작가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막 땅 위로 올라와 조용히 치열하게 우화의 시간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매미들의 발자국을 천천히 따라간다. 긴 기다림 끝에 탈피하여 피어나 힘차게 소리치며 날아오르는 매미들의 지상의 생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무더운 여름 쏘옥, 살금살금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들이 저마다 날개돋이 할 곳을 찾아 자리잡는다. 까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긴 생을 지고 있던 껍데기를 벗고 반짝반짝이는 ‘나’로 비로소 다시 태어난다. 도처에 호시탐탐 매미를 노리는 천적들의 시선을 피해 여기저기 피어난 매미들이 뜨거운 여름을 맞이한다.
“엄마! 올해는 여름에 40일 넘게 비가 계속 내려 매미가 울지 않아요. 매미가 언제 울어서 짝짓기를 하고 매미의 삶을 마무리할지 걱정이에요.”
초등생 아들이 진정한 마음으로 매미의 시간을 걱정하며 말하였다. 땅속에서 7년의 기다림, 지상에서의 2주라는 짧은 생을 살아야 할 매미에게도 올 여름은 너무나도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정말 매미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문득 걱정이 되었다.
여름이면 당연히 매미가 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림책 『피어나다』를 읽으며 한여름을 뜨겁고 열정적으로 채웠던 매미가 걸어온 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작디작은 몸집으로 우화를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매미의 성장기가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매미의 작은 날갯짓에 숨죽여 바라보며 매미가 무사히 도약하기를 마음으로 응원하였다.
# ‘피어나다’의 주어에 대해
꽃이 피어나듯 초록 사이사이에서 툭! 시간의 껍질을 벗고 매미로 태어나는 순간을 작가님은 ‘피어나다’라고 포착하였다. 나는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보다 ‘피어나다’라는 단어의 확장성에 감동을 받았다.
덕분에 꿋꿋하게 긴 시간을 기다리며 마침내 반짝반짝 아름답게 피어난 매미의 시간은 우리 앞에 놓인 생을 생각해보게 한다. 인생에서 까만 밤의 시간 걷고 있어도, 인내하고 꿋꿋이 잘 지내면 우리의 삶도 피어날 수 있다고, 반짝이는 삶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힘내라는 삶의 응원이 느껴졌다.
피어나다의 주어가 비단 꽃뿐만이 아니었음을 ! 번쩍 깨달았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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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 작가님의 『피어나다』를 읽으며 지친 마음이 위로가 되었고 마음의 힘을 얻었다. 매미의 시간이 전하는 삶의 의미와 울림이 아직도 머물고 있다. 그림에 녹아든 자연 감수성까지,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