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중한 사람에게

·그림 전이수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모두의 그림책으로 출간된 소중한 사람에게는 끝 장을 덮을 때까지 감탄과 감동이 떠나지 않았던 그림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전이수 군은 제주에 살고 있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8살때부터 그림책과 그림책 에세이를 출간하였고, 방송 출연은 물론 개인전과 기획전, 어려운 이웃돕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미 유명하다.

 

     이러한 행보도 놀랍지만 그런데, 정말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그림책, 그림책이었다. 어린이의 감성과 시선, 깊숙한 마음과 진득한 언어들이 그림책에서 묻어났고 그 여운이 오래 맴도는 힘이 있다.

 

 

 

#

이 책은 그림에세이이다. 아니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따뜻한 제목 Letter1에서 Letter 7까지, 일곱 가지의 주제로 작가의 감성이 가득한 그림과 진솔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산책길 풍경, 생각과 시선이 머문 풍경, 동생들 이야기, 주변의 이웃들, 사회의 사건, 환경과 기아 그리고 공존의 문제, 엄마 이야기를 깊게 담고 그려낸 책이다.

 

Letter 1 행복합니다

Letter 2 오늘도 다짐합니다

Letter 3 내 마음은……

Letter 4 조금씩 알아갑니다

Letter 5 들리지 않나요

Letter 6 소망합니다

Letter 7 나의 엄마에게

 

 

 

# 마음이 마음에게 말하다

 

      전이수 작가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던 글을 모아보았다. 작은 거인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을 읽고 감탄과 감동을 받았다, 라고 적었다가 지운다. 사실이지만 식상한 표현 같아서이다.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듯 들여다보게 되고, 잊고 있던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힘 나게 해 주고,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그 따뜻함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따뜻한 눈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그 따뜻한 사랑을 보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소중한 사람> 중에서

 

     

     <소중한 사람>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돌아보았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겨야할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힘은 쓰여진 말의 힘보다, 마음으로 느껴질 때 배가 된다. 작가는 정말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것 같다. 사랑의 힘을 느꼈고 알기에, 그림과 글을 보는 독자에게도 그 사랑이 다가온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슬며시 기댈 어깨를 빌려주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난 삼촌에게 작지만 크다고 생각하고 기대라며 나의 어깨를 빌려주었다.
- <위로3> 중에서

      힘들어하는 삼촌의 마음을 바라보며 작가는 힘든 일보다 혼자 있다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깨를 내어준다. 마음을 마음으로 헤아리고 다가서는 모습에서 깊이와 넓이가 느껴져 감동했다.

 

 

 

오늘 아침에 문득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숨을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행복하고,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나는 행복하다> 중에서

 

      <나는 행복하다>는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행복에는 조건이 없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 느껴졌다. 존재하는 모든 순간에, 관계된 모든 것들에 행복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무엇을 갖고 해서가 아니라, 오늘 하루 맞이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그 마음, 작가의 그 마음이 정말 행복을 감사하고 귀하게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져준다.

 

 

난 너에게 스며든다.

넌 나에게 스며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든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주고받고>

 

      제목은 <주고받고>인데 정말 많은 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의 힘을 생각해보았다. 바로 작가는 스미다라는 언어로 그 관계의 물리적 시간과 감정의 깊이를 담아냈다. 읽고 또 읽어본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멋진 일이구나.

 

 

# 마음이 사람에게 말걸다

 

 

어떤 엄마가 형을 학교에 들여보내면서

한참을 뒤에서 지켜보더라고요.

그때 그 광경을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났어요.

학교가 아니라, 그 길이 앞으로 그 형이 혼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보내는 엄마의 마음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엄마의 마음> 중에서

 

      엄마와 함께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 주던 길에 어떤 모자의 등교 풍경을 쓴 글이다. 저만치 멀어지도록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는 그 어떤 표정도 담겨있지 않지만, 길 위에서의 앵글은 왠지 먹먹함을 준다. 그 엄마의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다는 이 그림이 아주 오래도록 마음에서 머물렀다. 엄마라는 삶의 무게에 공감해서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주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아주아주 큰 것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섬세한 균형을 우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부는 바람도 그런 균형을 맞추는 일에 관여할지도 모르지.(중략)

모든 것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짝살짝 오고 가며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 같다.

-<섬세한 균형> 중에서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처음부터 섬세하게 만들어 놓은 창조물을 세상 사람들이 균형을 깨고 부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끝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각자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요즘 코로나19사태로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특히, 지구 공동체로서 함께 지고가야 할 초유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감염이란 무시무시한 현실 앞에서 휘청휘청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공동체란 개념과 인식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섬세한 균형>은 바로 그 지점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힘 있는 문장으로 말을 거는 것 같아 오래 들여다보았다.

 

# 마무리

      정말 위로와 힐링이 되었던 전이수 작가의 소중한 사람에게, 참 좋았다. 엄마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부분도 엄마로서 참 감사하고 귀했던 부분이다.

 

감정은 담백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 전달력 덕분에 자꾸 마음에 머무는 책.

작가의 발길과 일상, 마음이 담긴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니 또 읽게 되는 책.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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