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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초록 - 이순옥 그림책 ㅣ 사계절 그림책
이순옥 지음 / 사계절 / 2020년 5월
평점 :
초록초록
이순옥 그림책
사계절

『초록초록』이란 제목에 이끌려 펼쳐보았습니다. ‘초록초록’이라고 씌여진 제목만 바라보아도 신기하게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어떤 초록의 이야기이길래 이렇게 제목에 멋질까요?
코로나19로 일상 생활의 대부분이 많이 바뀌었지요. 겨울과 봄 사이 참 힘들더라고요. 우리 식구들은 도시텃밭을 시작했고, 모종판에 씨앗을 키우고 밭에 씨앗을 뿌려 채소를 가꾸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대화의 키워드가 바로 ‘초록, 채소’입니다.
초록이 일상인 우리 아이도 이 책이 참 궁금하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초록 운동회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는 줄 알았더니 높이뛰기를 하려고 준비하는 거였습니다. 신나게 날아오르는 높이뛰기, 초록 친구들의 꼬리를 잡는 꼬리잡기, 힘 모아 공굴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초록~!’, ‘초록!’ 여기저기서 응원의 함성이 터져나옵니다. 초록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열심히 응원을 합니다. 아들이 유심히 살피더니 채소, 과일 초록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달리기를 합니다. 초록이는 각자 엄마를 찾아 흩어졌다 열심히 달리기를 합니다. 이 달리기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초록이는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엄마와 함께 손 붙잡고 마음 모아 열심히 발을 맞추며 결승점으로 향해 달려갑니다. 모두 힘껏 달려가는데 포도 선수들의 포도알이 데굴데굴, 또르르 저만치 굴러가는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이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손을 꼽습니다. 한참 달리다가 포도알이 떨어진 걸 알게 된 포도들의 눈빛이 안타까우면서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열띤 응원으로 포도들은 힘을 내어 포도알 챙겨 결승선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모두 모여 한바탕 신나게 운동회를 펼친 초록들의 밭에 시원한 선물이 쏟아집니다. 시원한 빗줄기가 지나가고 초록들은 더 싱그러운 빛깔로 쑥쑥 무럭무럭 한껏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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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땡땡하고 구슬만 한 감 열매를 바라보가 요 녀석이 자라면 어쩜 그리 맛있고 예쁜 홍시가 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둘러보니 들판의 초록 열매들이 각각 자기만의 향과 색을 품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 초록의 신비를 함께 하고 싶어 『초록초록』이 시작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아들이 그림책을 다 읽더니 제목에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제목은 ‘초록초록’인데 왜 초록색깔도 다르고 노랑과 빨강빛이 들어갔는지 다 읽고 알았다고 하네요. 텃밭 가득한 초록의 채소와 과일들의 성장기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초록초록』은 들판의 초록 열매들이 그려내는 생명의 신비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초여름 푸른 감을 바라보며 붉게 물들어가는 홍시의 빛깔이 신비로웠던 작가님의 그 마음이 정말 공감이 됩니다.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보니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성장하더라고요. 물 주고 풀 뽑다 바라보면 어느새 텃밭 식구들이 꽃 맺고 열매들이 조롱조롱 매달려있습니다. 드러냄도 없고 잘남도 없고 소박하게 물들고 익어가는 그 모습이 삶의 위로를 준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그림책에서 초록의 빛을 벗고 각자의 빛을 띠게 된 장면이 참 뭉클했습니다. 열심히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는 초록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지요. 또 텃밭의 초록들에게 일어나는 신나는 생태 변화가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그려져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올해는 유독 평범한 일상도 계절의 변화도 그립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초록이 전하는 상상력 덕분에 아들과 웃었습니다. 묵묵히 자라고 있는 텃밭의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록이 그리운 분들께 유쾌한 초록의 이야기 『초록초록』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