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권귀헌 지음
서사원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있었다. 육아와 양육의 시간 10년도, 나의 시간도 우리 모두의 시간도 말이다. 수많은 일들이 다가왔고 감정들이 쌓이기도 했고 성장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힘든 것에 대한 근력이 생겼는지, 시간에 기댄 성장이었는지 아무튼 요즘 나는 작은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삶의 작은 틈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때때로 이 나이에 마음의 일렁거림을 발견한다.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일상 인문학
-“그냥 끄적여보세요!”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해야, 비로소 내 인생이 됩니다.
-“글쓰기는 결국 사랑하기 위함입니다!”
출판사 서사원, 권귀헌 작가님의 신간 《엄마의 글쓰기》, 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 [그.냥.끄.적.여.보.세.요.] 한 글자씩 또각또각 내 마음으로 걸어들어온 책. 엄마라는 삶에서 하루 5분,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구절이 와 닿았다.



이 책은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와 글 쓰는 방법을 담고 있다. 본문은 크게 <엄마의 삶은 그 어떤 소설보다 위대하다>, <글쓰기로 엄마도 행복하자>, <누구나 저마다의 향기를 뿜는다>, <일상이 스토리이고 삶이 문학이다>, <행복한 엄마를 넘어 풍요로운 인간으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존재는 물론, 주변과 삶의 방향성을 함께 찾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각 챕터는 [글 선생의 수다], [엄마를 위한 글쓰기 특강], [글선생의 처방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 선생의 수다]는 글쓰기와 관련된 저자의 시선과 일상, 엄마들을 위한 글쓰기로 안내하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사실 엄청 공감도 되고 용기도 얻었던 챕터이다. [엄마를 위한 글쓰기 특강]은 저자가 일상에서 끌어올린 생활 글쓰기 작품을 통해 글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특히 <5분 글쓰기, 지금 써봐요>는 정말 이렇게 글을 써봐도 될까 싶을 정도로 일상과 주변의 다양하고 넓은 소재들이 모두 글감이 되고, 삶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부분이었다. [글선생의 글쓰기 처방전]은 좋은 글 쓰는 방법, 고쳐쓰기, 책 쓰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어 하루 5분의 글이 좀 더 견고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 돌아보게 하는 힘

<엄마의 글 쓰기> 이 책은 ‘나’라는 한 사람을 총체적으로 돌아보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나, 잊고 있던 나, 엄마로서의 나, 미래의 나를 돌아보고 그려보게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요즘 마음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잊고 지낸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인데 그중 하나가 ‘끄적거림’이다. 우리의 일상도 스토리 가득 찬 문학이 될 수 있고, 감수성을 찾는다면 충분히 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저자의 힘찬 응원이 독자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왜 글을 쓰시려 하나요? 놓쳐 왔던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 아닌가요?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현상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나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내 삶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 아닌가요? 그러니 내 이야기,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글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삶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173쪽)
----당신의 삶에 집중하세요. 내가 성장하고 행복하고 가슴 아팠던, 결국 나를 바꾸어놓은 내 삶의 작은 붓질에 집중하세요. 그런 붓질이 하나하나 모여 삶이란 거대한 그림을 그려내는 겁니다.(170쪽)
정말 왜 글이, 아니 끄적거리고 싶었을까 생각해본 문장들이다. 엄마로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시간들에서 나는 무엇을 남겼고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감정, 생각 등 여러 가지의 이유가 떠오른다. 좀더 솔직히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도 생각해보게 했다.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를 직면하고 있는 것 같아 불편감도 사실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온전히 마주 선 느낌이 들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새로웠다.
# 나아가게 하는 힘

이 문단에서 한참 마음이 머물렀다. “글을 쓰면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글쓰기는 결국 사랑하기 위함입니다!” 글쓰기라는 것이 삶을 어떻게 변화하게 할 수 있는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잊고 있던 것들을 재발견하게 눈이 떠지고, 미동하지 않았던 감정들은 섬세하게 일렁거린다. 또한 그 감정들이 관계의 온도를 높여주고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바쁘고, 힘들고, 또 바쁘고, 힘듦의 연속인 엄마의 일상에서 하루 5분 글쓰기는 유레카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은 엄마인 나 자신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 부분에서 ‘글쓰기’의 시작과 과정이 참 따뜻하고 힘 있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파파로서의 저자의 삶에도 그랬듯이 ‘엄마’들에게도 글쓰기가 필요하고 적용될 것이다. 특히 이 문단의 문장들이 오롯한 응원으로 다가왔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힘들었던 엄마라는 이름이(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겹겹한 성장의 과정이고, 귀한 시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귀한 문장들. 또한 나아가는 힘임을 깨닫게 한 고마운 문장들.

# 이 책을 읽고
사실 <엄마의 글쓰기>는 참 긴 호흡으로 읽었다. 느리면서 긴 호흡으로 읽었다. 꼼꼼히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는 방법, 잘 쓰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엄마라는 삶의 자존감이 더 높아진 것이 더 큰 소득이다.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은 엄마로 살지, 무엇을 하며 살지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저자는 엄마들에게 하루 5분 글쓰기를 청하며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준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실 것 같다.
----감수성, 질문, 글 쓰는 행위. 글 쓰는 삶의 세 가지 공구입니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약간의 관심과 시간만 지불하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일궈낸 글 쓰는 삶. 여러분은 이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겁니다.(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