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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속 괴물 - 평화를 꿈꾸는 오소리족 이야기
김경옥 지음, 한여진 그림 / 상상의집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꽃밭 속 괴물
글 김경옥, 그림 한여진
상상의집

<꽃밭 속 괴물> 책표지를 들여다보니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노란 소국이 저리 멋지게 피었는데 오소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평화를 꿈꾸는 오소리족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니 왜 그런 것인지, 책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 내용 들여다보기
-꽃잎 열차는 왜 멈추었을까?

이 동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 뻣두렁 씨가 부서지고 낡은 ‘꽃잎 열차’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다 바람결에 날아온 괴물 냄새를 맡고 중대한 결심을 하며 어린 시절을 소풍 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풍을 앞 둔 어린 시절의 뚜렁이는 엄마에게 꽃잎 열차가 멈추게 된 사연을 듣는다. 돼지코족과 코끼리코족 오소리들이 서로 적이 되어 싸우다가 싸움을 멈추고 협정을 맺어 금을 그어 침범하지 않기로 했고, 양쪽을 오갔던 열차도 그렇게 그 금 주변의 평화의 땅에 세워 둔 것이다.
뚜렁이는 친구들과 함께 신기한 꽃잎 열차를 타고 평화의 땅으로 소풍을 간다. 창 밖의 산, 들, 강, 하늘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함께 소풍을 떠난 친구들은 돼지코족과 코끼리코족 너나 구분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뚜렁이는 친구와 어른이 되어도 열차를 타러 오자고 약속한다.

그런데 소풍이 끝나고 얼마 뒤, 돼지코족 어린이들이 평화의 땅에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그것은 개구리 모양의 뽀족한 뿔이 세 개 달린 ‘지뢰’라는 괴물이었다. 지뢰는 오래 전 오소리 종족이 전쟁을 할 때 서로를 죽이기 위해 몰래 숨겨 두었던 비열한 파괴자였다. 폭발 사고 후, ‘평화의 땅’은 ‘위험한 땅’이 되어 꽃잎 열차도 폐쇄되었다.
- 뻣뚜렁 씨 괴물 잡는 평화의 사도가 되다.
특별한 후각을 가진 뻣뚜렁 씨는 사명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괴물을 잡기 시작한다. 밤에 나가 새벽이 되어서야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뻣뚜렁 씨를 아내 리안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괴물이 더 난폭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다시 꽃잎 열차가 달릴 수 있는 평화의 땅이 되도록 결심한 뻣뚜렁 씨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괴물을 찾아 나선 뻣뚜렁 씨는 평화의 땅에 들어서자마자 삵이 달려들어 괴물이 폭발하게 된다. 고생하는 엄마와 아빠를 걱정하던 뻣뚜렁 씨의 아들 통이는 아빠를 찾아 평화의 땅으로 들어가 폭발 현장에 쓰러져 있는 아빠를 발견한다. 괴물을 제거하러 다니던 코끼리코족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부상을 입은 아빠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적으로만 생각했던 코끼리코족 오소리들도 괴물을 줍고 평화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가족들이 꽃잎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며 동화는 끝이 난다.
# <꽃밭 속 괴물> 이야기, 묵직함을 남기다

이 책은 동화가 끝난 뒤 ‘깊이 읽기’가 ‘우리를 닮은 이야기’, ‘우리는 왜 나뉘어야 했을까?’, ‘같은 민족을 향해 총을 겨눈 6.25 전쟁’, ‘전쟁이 남긴 상처’, ‘함께 봄을 기다리며’의 구성으로 실려 있다.

아홉 살 아들은 이 책을 읽으며 꼭 우리나라와 북한이 떠오른다고 했다. 동화 속의 오소리족 이야기가 바로 가까운데도 참 멀리 거리를 두고 긴 시간을 떨어져 사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마음이 먹먹했다. ‘깊이 읽기’ 부분을 넘기며 아들과 함께 우리가 잊고 지내는 ‘평화’의 참뜻과 ‘분단 국가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게 되었고, 전쟁이 일어나게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아직도 그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아들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본문의 ‘괴물 줍는 바보들’처럼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도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과 손길이 오가고 있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살폈다.
전쟁이란 현실과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준 책이다. 아홉 살 아들과 책을 마주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마음 한편이 먹먹하면서도 묵직해온다.
궁금함 반 걱정 반 묻는 아들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꽃잎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을까요? 그럼!
“아빠, 그런데 녹슨 열차가 다시 꽃잎 열차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꽃을 꽂아 놓긴 했지만…….”(중략) 뻣뚜렁 씨가 조용히 웃었 습니다. “그럼! 아빠도 이렇게 살아났는데……. 겨울에는 죽었다가 봄이 되면 다시 피는 게 꽃이다. 하물며 지뢰 괴물을 발아래 두고도 꽃은 피잖니. 꽃잎 열차도 가을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면 다시 깨어 나서 달릴 거야.”(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