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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평점 :
간만에 읽어 보는
단편 소설..
올해의 여성상, 한무숙문학상,
고정희상, 민중문학상 등
많은 작가상 수상 경력이 있는 이경자
님인데 사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더랬다.
이번에 첨으로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고독, 그리움,
외로움, 치유 등의 분위기가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뭔가 들뜨지 않는 마음으로 가만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현실을
담은 이야기,
그리고 서로 공감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는 점이 와닿는다.
그닥 큰 기대 없이 집어든 책이어서
그런가,
소소한 읽을거리들이 마음에 울려퍼짐을
느끼며 책장을 덮고 나서까지
이리 긴 여운이 남을 줄이야... 특히, '언니를 놓치다'라는 작품에서는 분단의 상처가
다루어져 있는데,
월북한 세희 언니가 만나기를 신청한
이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언니를 만날 시간만을 꿈에서까지
그리다가 드디어 상봉한다.
하지만 동생 명희를 만난 기쁨보다
북쪽의 체제를 받들며 선전하느라 정신없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명희는 자조적인
독백조로 넋두리를 한다.
세희 언니와 명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분단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과연 통일이 된다면 그 괴리감은
누구의 몫으로 남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 소설의 제목인 '건너편 섬'의
느낌을 가만히 느낀 이야기였다.
'콩쥐 마리아'에 등장하는 마리아
할머니는 미군에게 몸을 팔던 양색시로 미국에 정착한 주인공이고, '세상의 모든 순영아빠'에 등장하는 순영 엄마는 전직
경찰에게 겁탈당한 후 괴로워하다가 자결을 한 주인공이며, '고독의 해자'와 '이별은 나의 것'에서는 딸자식과
함께 살며 이혼한 여류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어둡고 답답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렇듯 고독과 외로움, 상처가
곳곳에 드러나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아마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감하고 치유될 수 있는 여운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이야기 속에서 여성성, 남성성이 느껴지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여성 작가의 시선이 많이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더욱 상처를 읽어 내는 공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픔과 고통의 시대에 대한
자기소외, 그 가운데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도 가만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