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7명이 쓴 페미니즘 단편선을 만나
보았다.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와 앉는다...어쩌면 저 말은 양성평등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라면 없어져도 될 말일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
우리나라에서 양성평등의 완벽한 실현은...과연 언제쯤일까를 생각해 보니...아..
'여성의 삶을 정가운데 놓은 일곱 편의 이야기'라고 쓰인 이 책.
'남성의 삶'이 조명되는 건 그닥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니 또한번 깊은 생각...^^;;
혹자는 여성학도 있고, 여성가족부도 있고, 여성을 위한 부서와 복지는 많은데 남성을 위한 건 왜 없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아온 것은 먼 과거에까지 거슬러 올라간 그 시점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래도 많이 개선된 사회에 살아가고는 있다고는 하나
앞으로 더욱더 꾸준히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감이 필요하다.
'현남 오빠에게'라는 이야기를 읽고 여자의 용기있는, 시원하게 내뱉은 마지막 한방이 깔끔했다는 느낌. 촌철살인!! 늘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며, 오빠가 하자는 대로, 그게 맞는 줄 알고 따라왔지만 여자친구도 세월의 흐름에 성장을 하면서
오빠의 그런 조용하면서 강제적인, 위해주는 듯 이기적인? 그런 태도에 여자는 이제 점점 마음이 변해간다. 하지만 어찌보면 현남 오빠는
그것이 여자 친구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고 사랑의 방식이라 생각했기에
때로는 남친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가족처럼 그녀를 아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의 작가 조남주가
쓴 단편이라는 것을 다 읽은 후 알았는데,
그땐 못 느꼈던 작가의 필력을 느꼈다고나 할까.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좀 시원스런 한방이 있었으면
그 책을 읽고 나서의 답답함은 없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떠오른다.
여튼 나는 이 작가의 두 작품만 비교한다면 '현남 오빠' 승!!
언젠가 팟캐스트에서 한 여성 작가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역시, 좀 없어져야 할 표현이라고 지적한 바를 들은 적이 있다. 그냥 '적'은 '적'에 불과하건만 왜 '여자의 적'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그런 표현을 하는지 모른다는 말. 동감한다. 여자의 편은 여자가
아니라는 둥, 여성의 삶을 아는 여자가 더 무섭다는 둥..
바로 '당신의 평화'라는 단편을 읽고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또 있겠지..
모진 시집살이를 겪은 어머니를 둔 준수..준수가 인사차 데려온 선영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어색한 시간을 지낸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될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라며 자꾸 선영이를 시키려 한다. 그것을 보는 준수의 누나 유진의 시선..
'시점'이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요소가 되는구나..를 느낀 소설이었다.
유진의 시점에서 돌아가는 '엄마'이야기와, '선영',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진정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인가.
마지막에 읽은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읽으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시지 않은 소설.. 작가 노트를 보니 페미니즘 소설의 청탁을
받고 고민고민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인물들은 우주를 가로질러 화성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그제서야 이해되는 작가의
생각~ 임신한 채로 보내진 화성의 아이..그리고 그 아이의 입장을 따뜻하게 배려해 주는 주위 친구들..단편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간만에 읽어 본 페미니즘 소설..
지금의 세상은 그래도 많은 여성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이 반드시 앞에 나가고 윗자리에 오르고, 무언가를 해야 하고...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가지고 있는 작고 소소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불합리의 편견의 고리들을 하나씩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남자가...'라는 말..우리 우선 이런 말부터 대화에서 빼고 말해 보자.
인간들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