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소설선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0
김동인 외 지음, 오양호 엮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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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한국 단편소설들을 또한번 접해 보았다.

배따라기나 감자, 빈처, 화수분, 봄봄, 동백꽃 등과 같이 익숙한 단편이 실려 있는가 하면,

최명익의 장삼이사라는 작품은 처음 접해 보았다.

한국문학단편은 중고등학교때부터 교과서에 줄곧 실린 작품들이 많이 있어서인지, 가끔 다시 읽어도

낯설지 않은 무언가의 느낌이 있다. 불멸(?)의 고전과 같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한국 단편은 요즈음 청소년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는데,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작품을 지금 울딸도 함께 읽고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무수한 세월의 넘나듦을 느끼기도 했다.

이상의 날개를 읽었던 당시보다 더욱 더 풍부한 내용속의 몰입을 경험했다고 해야 할까... 
남편에게 아스피린이라며 수면제를 먹이는 매춘부 아내와 그런 아내를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능한 남편의 모습..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그는 누구를 말하는가..천재를 박제로 만들어 버린 현실..

이상은 식민지 현실로부터 자유롭게 날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시대의 로맨티스트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언제 읽어 보아도 정겹다..

20년 전 기이하게 맺은 하루 밤의 인연, 그 로맨스를 마음에 그리며 아름다운 강산을 고향처럼 여기며 장돌림 하는 허생원의 순수한 사랑,

혈육일지도 모를 동이와 대화로 가는 80리 밤길,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 산야는 허생원의 마음의 고향이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 향토애, 치밀한 구성 등은 이 작품을 한국 단편의 백미로 꼽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효석의 생가에서 내려다본 메밀꽃밭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곳에 가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봉평의 멋드러진 풍경이 이효석이 서정성 짙은 글을 쓰게 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것을..


문학이란 참 묘한 내면의 경험을 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중고시절에 읽은 때의 느낌과, 대학시절 읽은 느낌과, 지금 읽은 느낌은 모두 다르다.

내가 그만큼 성장하면서 느낀 경험과 지식 위에 소설의 이야기가 녹아내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설에 개연성이라는 것이 결부되어선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고 의식이 투영되어 있어서인지

소설을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파악할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교훈을 얻어 내 생활에 대한 반성과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이러한 주옥같은 단편을 접하는 시간은 

내게 늘 따뜻한 풍요로움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마 우리의 단편은 후대 우리 자녀들, 우리 자녀들의 자녀들까지도 읽히고 또 읽힐 것이다.

비록 문학의 길이는 단편일지라도 그 명맥은 어느 장편보다도 길고도 길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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