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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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장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려 한다.


헤르만헤세의 1919년 작품 데미안을 읽고..또한번 더 읽었다.
헤세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1차 세계대전 중에 이 작품을 출간한다.
이후 <데미안>으로 주어진 신인상을 반납하며 나중에 자기 작품임을 밝힌다..
헤세가 이 작품을 가명으로 출간한 것을 두고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미 알려진 나이 든 아저씨의 이름을 보고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주요 독자층이
놀라 물러서지 않도록하려는 배려라고 짐작하기도 한단다..
또, 플라케라는 작가는 1920년 <데미안>의 작가가 헤세일 것을 암시한 글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작가의 예리함도 대단한 듯하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선과 악, 밝음과 어두움, 질서와 혼돈 등의 두 세계의 경계에서
번민하는 날들이 많았지만 어려울 때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도움을 주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남자나 어린이도 아니고, 늙거나 젊지도 않고, 천 살쯤 된, 어딘지 시간을 뛰어넘은,
우리가 사는 시간 단위와 다른 단위가 찍힌 듯 보였다.
짐승들은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다. 또는 나무나 별 들은.


이 작품은 융의 영향을 받은 헤세의 심리가 드러나 있어서
'꿈'의 세계도 자주 등장하고, '꿈'이 현실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데미안 역시, 주인공 싱클레어 내면에 존재하는 또다른 싱클레어가 아닐까..
성숙한 '나'를 찾아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번뇌의 시기..
그 시기를 어쩔 땐 쉽게, 어쩔 땐 어렵게 지나칠 수 있도록 해준
데미안 덕분에 싱클레어는 진짜 '자기'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부분 데미안이 사라지고 없었을 때에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마음 속의 '어린 새'를 떠나보내는 것과 비슷한..
그 어떤 감정이 들기도 했다..
어린 새를 떠나보내고, 데미안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 자신만 남은 것이다. 두렵지만 담대한 '나'의 세계!
그만큼 제제도 싱클레어도 한뼘쯤 자란 것이겠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렇게 작은 세계를 깨뜨리고 참 자아를 찾기 위해
한동안은 어두운 동굴을 지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동굴 틈새로도 햇빛은 비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득 내가 사춘기때 이 작품을 만났더라면
'내 인생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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